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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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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경 · 김정미] 아프리카 아줌마, 누가 말리랴

등록 2005-08-05 00:00 수정 2020-05-03 04: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두 아주머니가 자녀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야생의 초원에 가서 숲 속 학교를 차린다.
구혜경(37)씨와 김정미(43)씨. 서울의 한 공동육아 공동체에서 만난 이들은 각각 김세원(7)·윤재(5)와 이지호(7)·지민(5)을 데리고 지난 7월25일 한국을 떠났다. 이들이 갈 곳은 탄자니아의 아루샤.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등산객들의 거점이자 세렝게티 평원과 인접한 아루샤 국립공원의 관문이다. 두 가족은 한달 동안 케냐를 둘러본 뒤, 8월 말에 이곳에 집을 구해 내년 2월까지 ‘아빠 없이’ 살기로 했다.
“아이들은 현지 유치원에 보낼 작정이에요. 방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아루샤 국립공원에 들어가 동식물을 탐방하고 관찰 일기를 써야지요. 무엇보다 큰 목표는 가난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중고 타이어를 잘라 샌들을 만들어서 신을 정도의 빈한함은 되레 어릴 적 경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엄마들의 기대다. 김정미씨는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저절로 생겨나는 인종적 편견을 없애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치하지 않고 최대한 원주민의 생활에 맞춰 살 계획이다. 물론 사치할 돈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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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토병에 관한 지식과 예방약을 얻기 위해 가정의학과에 갔더니, 그냥 가지 않는 게 막는 것이라고 만류하더군요. 그래도 갈 거예요. 그곳에 가면 천식·비염·아토피 같은 도시병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대요, 물론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에 노출돼 있긴 하지만요.”

사자와 기린이 뒹구는 초원은 아름답지만, 면역력이 약한 도시인에게는 치명적인 곳이 아프리카이다. 말라리아 모기 때문에 파랑색 알약을 매일 한 주먹씩 삼켜야 하고, 사람을 물어 수면증을 일으키는 ‘체체파리’를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

그래서 구씨와 김씨는 모기약만 6종류, 감기약·배탈약 등 각종 약품을 라면상자로 두 상자나 챙겼다. 현지에서 유행하는 이를 대비해서 ‘삭발’에 가깝게 아이들의 머리를 깎을 예정이다. 물론 딸아이인 세원이를 위해서 참빗도 챙겼다.

구혜경씨는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소에게 꼴을 먹이고 냇가에서 멱 감았던 기억이 도시 생활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면서 “내가 그곳을 그리워하듯이, 아프리카가 아이들이 그리워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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