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의 무대가 된 중간계는 거대한 판타지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공간이다. 날아다니는 협객, 바람을 불러오는 손바닥 등 동양의 판타지가 구현된 곳은 바로 무림 세계가 아니었을까?
10년 동안 중국의 무림계를 누빈 사람이 있다. 광운대 디지털경영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한병철(37)씨. 소림사에서 수련하는 소림권에서부터 허베이성 창저우시에서 발원한 팔극권, 후베이성 무당산의 무당파 등 명문 정파의 고수들을 만나지 않은 이가 없다.
무림기행을 시작한 건 1994년. 백두산에 오른 뒤 옌지(연길)에 들렀는데, 택시 기사에게 ‘가장 큰 무술관을 가자’고 해서 들른 곳이 청룡무술학교였다. 중국여행 자유화 뒤 처음 방문한 ‘남한 사람’이라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이후 무술계 인사와 교분을 틀 수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명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소개장을 부탁했고, 그러면서 여러 문파를 방문했죠. 20여 차례 중국에 갈 때마다 문파의 고수들은 친절히 자신들의 무예를 보여줬어요.” 이렇게 무림계의 고수를 만나는 동안 자신도 ‘팔괘장’이라 불리는 문파에서 무술을 익혔다. 손바닥의 기술을 이용한 공격(장법)이 화려한 이 문파에서 그는 장문인(문파의 우두머리)인 이공성 노사와 교류했고, 서울대에 유학 온 설인호 칭다오 라이양농대 교수로부터 무예를 사사했다.
스파이더맨을 ‘거미협객’으로, 배트맨을 ‘박쥐협객’으로 부를 정도로 무림 문화와 친숙한 중국. 소림사 근처에만 100여개의 무술학교가 난립하고, 지역마다 무술학교가 없는 곳이 없지만, 그는 “대부분 ‘양아치’가 모이는 학교로 전락했다”고 아쉬워했다. 진짜 무술은 영화에서처럼 제 발로 스승에게 찾아와 끈질기게 부탁하는 자에게 도제적으로 전승된다는 것이다.
“장풍이나 축지법 같은 건 문학 속의 과장이 거듭해서 나온 겁니다. 제가 10년을 돌아다녀봤지만 그런 기예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중국 무술은 매우 현실적인 무술이에요. 제가 만난 무인들도 자동차 부품회사 사장, 경호원 등이었어요.”
무술에 미쳐 한때 자비를 들여 무술잡지 <마르스>를 내기도 했던 그는 중국 기행을 정리해 최근 <중국무림기행>(성하출판)이라는 책을 펴냈다. “협객이란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는 사람이거든요. 요즘 같은 세상에 진정한 협객이 사라져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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