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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한·중·일이 함께 쓰는 ‘양심 삼국지’

등록 2005-04-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예전에는 출근시간은 있으되 퇴근시간은 없었지만, 요즘엔 출퇴근 시간이 모두 없어요.”

정은정(30)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가 문부성 검정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 국장은 “비상 대기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서도 “더 바빠야 하는데”라고 조바심쳤다. 역사교육연대는 한·중·일 3국의 양심세력이 연대해 일본의 왜곡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고, 동북아 3국의 역사학자들이 함께 쓰는 역사 교과서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4년에 걸친 공동 작업의 결실인 <한중일이 함께 쓴 미래를 여는 역사>가 5월18일 출간될 예정이다.

정 국장은 흔히 역사학과 출신으로 오해받지만, 정작 출발은 여성운동이었다. 연대사업을 하다가 엮이고 엮여서 역사 교과서 바로잡기 운동을 하게 됐다. 총여학생회에서 연대사업으로 일본군성노예민간법정을 열었고, 그 인연으로 1999년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일하게 됐다. 2001년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터지자 정대협에서 연대사업으로 왜곡 교과서 반대운동을 하다가 2001년 역사교육연대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역사운동이나 여성운동이나 시민운동의 흐름에서 한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를 함께 만든 한·중·일 역사학자들은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행진 6·10’에 참여해 함께 달린다. 이날 역사교육연대는 우리 역사 바로알기 캠페인도 벌인다. 올여름에는 한·중·일 청소년 캠프도 열 예정이다. 정 국장은 “우리의 주장은 반일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라며 “역사 교과서 운동은 동북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인 일본 우익의 실체를 밝혀내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의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반대운동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깃털과의 싸움이었다면, 2005년의 운동은 진짜 몸통인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의 한판 승부”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검승부를 위해 그는 오늘도 야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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