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20세기의 마지막 해에 마지막 영화 의 최종편집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역사에 기록된 그의 탁월한 작품들뿐 아니라 영화 촬영에 대한 강박적인 완벽주의와 자신에 대해 밝히지 않는 비밀주의로도 유명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이 전설적 영화감독의 감춰진 면모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형 전시회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열리면서 그의 완벽주의가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독일영화박물관과 독일건축박물관에서 지난 3월30일 개막돼 7월4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감독이 사용한 카메라 장비들, 영화 의상, 영화를 준비하며 모은 방대한 조사 자료들, 꼼꼼히 주석을 달아놓은 대본들, 에 등장한 입술 모양의 붉은 의자, 의 방 모형 등이 나왔다. 그의 아내 크리스티안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프로듀서 얀 하를란이 감독의 유물에서 추려낸 것들이다. 특히 영화를 준비할 때 분·초 단위로 계획을 세워나간 자료들은 섬뜩할 정도로 치밀했던 큐브릭의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한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비록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감독이 오랫동안 준비한 나폴레옹에 대한 영화 자료들이다. 큐브릭은 “나폴레옹은 나를 매혹시킨다. 그는 역사를 움직이고, 그 당시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 드문 사람이었다”며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최고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시회에는 그가 나폴레옹에 대해 모은 엄청난 분량의 자료들, 장면을 순서, 낮과 밤, 계절에 따라 구분해둔 기록들, 로케이션 장소, 초 단위로 계획해놓은 촬영계획 등이 전시됐다. 거대한 벽장에는 그가 읽은 나폴레옹 관련 책들이 가득하고, 나폴레옹 주변 인물들의 행적을 연도순으로 정리한 분류 카드들도 볼 수 있다. 늘 새로운 기법과 기술을 선보였던 큐브릭은 촛불만을 조명 삼아 이 영화를 찍으려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강박적인 완벽주의자답게 그는 편지들도 체계적으로 분류해두었다. 캐서린 헵번이 큐브릭이 제안한 역을 거절하며 보낸 편지도 전시돼 있으며, 긍적적인 내용은 ‘F-P’로, 부정적인 것들은 ‘F-N’으로 분류해놓은 팬들로부터 온 편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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