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인 수사에 잇따라 이름 올라… ‘기획사정’ 의혹 속에 상처 깊어가

4월28일 박양수 의원 등 몇몇 민주당 동교동계 의원들이 모였다. 박 의원은 “그동안 외부의 오해를 우려해 만남을 자제했으나 위로도 할 겸 안부도 물을 겸 오랜만에 만났다”고 말했다. 김방림·이윤수·최재승 의원 등 검찰의 칼날에 상처를 입은 동교동 동료 의원들의 안부를 묻고 ‘남은 사람들’의 안위도 걱정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최근 진행된 검찰의 정치인 관련 수사를 놓고 보면 의원급들은 공교롭게도 민주당 구주류쪽이다. 김방림 의원은 지난 2월 ㄷ상호신용금고 사건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이윤수 의원 역시 지난 3월 수원 ㅅ건설 사건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재승 의원도 석탄납품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박상천 의원은 김방림 의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 밖에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한광옥 최고위원과 박주선 의원의 이름도 실명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동교동계쪽에선 검찰수사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다.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한광옥 최고위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만약 이 사건이 불순한 의도에서 불거졌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최고위원의 측근격인 박양수 의원은 “청와대쪽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우연인지 몰라도 동교동계 의원들이 일제히 검찰수사를 받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반신반의했다.
구주류 일각에선 안희정·염동연씨 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의 수사를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이라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특히 안씨와 염씨의 ‘분리처리론’이 흘러나온 데 대해 구주류쪽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안씨에게 면죄부를 준 뒤 곧바로 구주류쪽 인사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간다면 ‘물타기용’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등 일부 언론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구주류를 손보기 위한 청와대쪽의 ‘기획사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쪽이 신당 창당 등 정치권 재편 구상과 관련해 검찰에 입김을 불어넣어 구주류를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쪽도 검찰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수사의 칼날이 민주당 구주류에 이어 한나라당쪽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검찰이 나라종금 사건에 관련된 민주당 인사들을 처리한 뒤 야당쪽을 손댈 것이다. 뻔한 수순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한때 수원 ㅅ건설 사건에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4월25일 나라종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에 대해 “물타기 수사를 경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언뜻 보기에 한나라당쪽이 민주당 구주류쪽을 엄호하는 듯한 기이한 모양새가 펼쳐진 것이다.
청와대쪽은 펄쩍 뛴다. “구주류를 겨냥해 ‘기획사정’을 하고 있다면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왜 구속하고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왜 조사했겠느냐.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제동을 걸 만한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밟을 이유도 없다. 검찰수사를 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의 정치인 관련 수사가 시기적으로 개혁신당 등 정치권의 새판짜기 논란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이런저런 웅성거림이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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