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이번호 ‘만리재에서’에선 표지이야기로 다룬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얘길 다뤄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8월25일치 <font color="#C21A1A"></font>를 읽고 주제를 급히 변경했습니다. 이날 신문사는 그동안 한겨레를 둘러싼 커다란 쟁점이던 대통령 부인의 호칭을 ‘씨’에서 ‘여사’로 바꾸겠다는 뜻을 2면 ‘알림’으로 전했습니다. 신문사 조직에서 밥을 먹는 중간 간부인 제가 이 결정에 대해 긴 얘길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이 결정에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알림’이 말하듯 결국 신문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독자들의 여러 요구보다 ‘한 원로 국어학자’의 조언이 아니었는지 정도의 생각은 해봅니다. 자꾸 일본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여사’보다는 일본 언론이 사용하듯 ‘김정숙 대통령 부인’이 더 좋은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변화된 언론 환경에서 와 이 나아갈 길입니다. 그동안 저를 포함한 한국 언론인들은 뉴스 콘텐츠 ‘유통 방식’의 혁명적 변화에 주목해왔습니다. 이미 뉴스 유통의 중심축은 지면을 넘어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했고, 콘텐츠 형식도 글에서 영상을 포함한 인포그래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스 유통의 파괴적인 변화 바람 속에서 저희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덜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더 중요하고 혁명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독자는 유통을 넘어 콘텐츠의 ‘생산 단계’부터 언론사의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하고 자신의 의사를 투영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카카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스토리펀딩’입니다. 독자는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응원하며 이를 생산하겠다는 이들에게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에 견줘 마음에 안 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에는 다양한 1인 미디어를 활용해 잔혹할 정도로 비판의 날을 들이댑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지난 몇 달간 와 은 독자 여러분의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아낌없이 표출하는 사회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오던 공동체의 모습이기에 이런 변화는 분명 ‘바람직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는 거칠게 말해 1표라도 더 획득한 이들의 의견에 따르자는 신념 체계입니다.
여기서 다시 저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대중의 의견은 모두 옳은가’란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언론에는 누가 뭐라 해도 지켜내고 싶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있고, 주위에서 아무리 호된 비판을 해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신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문해봅니다. 저널리즘의 원칙 또는 신념과 대중의 요구가 맞부딪칠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슷한 고민은 판사들에게도 있는 듯합니다. 이번호 <font color="#C21A1A">표지이야기</font>를 읽다 박시환 전 대법관의 발언 중 한 문단에서 다소 이물감을 느꼈습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바람직한 사법부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권력, 여론,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 3가지는 자유민주국가 체제에서도 강조하는 바다.”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법원. 그 반대말은 국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하는(때로 휘둘리는) 법원일 겁니다. 그렇지만 영미법 전통의 국가들에선 배심원제를 통해 국민의 법 감정에 형사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을 내맡기기도 하며, 한국 사회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이 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기자와 판사는 어디까지 자기 원칙을 고수해야 할까요. 여러 생각이 얽히고설켜 답은 나오지 않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북극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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