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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통통한 여성입니다. 게다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처럼 느끼는, 그러면 서도 살 빼는 체력과 의욕은 확 떨어진 30대지요.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다이어 트에 손을 놓고 있지만 저도 한때는 똑같은 고민을 했더랬죠.
사심 가득한 취재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무한 반복하는 다이어트 실패 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비만클리닉인 ‘디올클리닉’(이대점)의 권병소 원장은 “인간의 유전자는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설계됐다”고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지난 30년간 켜켜이 쌓여온 죄책감과 무기력감을 단번에 씻어주는 말이죠.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볼까 요.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5만~10만 년 전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지 로 널리 퍼지는 동안 인간은 빙하기 등으로 극심한 배 고픔과 추위에 시달립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항상 적정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신체 어딘가 에 저장하도록 진화합니다. 그런데 30~40년 전부터 천지개벽이 일어납니다. 음 식은 풍족해지고 추위·더위를 막아줄 기계도 발달한 거죠. 그러나 아직 우리 몸 은 수십만 년 전 ‘저장하는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 된 겁니다. 권 원장은 “우리 몸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에너지 소모에는 금세 적응한다. 그래서 좀 적게 먹고 좀더 운동한다면 1~2kg은 빠져도 다이어 트에는 평생 실패하게 된다. 그러니 몸이 깜짝 놀랄 정도로 독하게 해야 한다.”
이쯤에서 이런 반박이 돋습니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났는데, 왜 유독 나는 다이 어트가 힘들까? 일단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볼까요. 당신은 정말 착하거나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들에 게 베푸는 데 익숙해진 이들은 야멸차게 홀로 운동장을 뛰는 대신 사람들과 함 께 술과 음식을 먹는 걸 즐깁니다. 다음은 심리학적인 분석입니다. 많이 먹고 금 세 후회하는 이들은 화를 잘 내거나, 종종 우울감에 빠지는 성향을 가졌을 가 능성이 높습니다. 또 사랑·애정·인정·재미·성 등에 대한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고요().
이 감정들의 공통점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 에선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체내 대사율을 떨어뜨리고 식욕을 증가시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허기는 지는 ‘가짜 식욕’을 만들어내는 거죠.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부족해지는데요, 이것을 다시 분비하게 해주는 게 다이어트의 적인 탄수화물입니다. 신경이 날카 롭거나 우울할 때 초콜릿을 한입 베어물면 금세 행복감이 밀려오는 건 이 때문 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요? 공식적인 답변은 이렇습니다. 과체중·비만 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대인관계를 줄이고, 스트레스는 덜 받고, 독하 게 아주 조금만 먹고, 훨씬 많이 뛰세요. 그러나 다이어트 선배로선 비공식적으 로 이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다이어트 포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지니~.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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