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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윤운식
끝없는 논쟁이 예감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의사와 미용전문가는 꼭 물비누로만 손을 씻습니다. 특히 다 같이 사용하는 비누는 세균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절대 쓰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의사는 공공화장실에 놓인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예 고체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항상 전용 손소독제를 가지고 다닌다지요. 세균 민감족과 세균 불감족이 의견일치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누에 세균과 박테리아가 득시글거린다는 공포는 오래됐습니다. 세균 민감족들의 경전 에서는 “고체 비누를 쓰지 말고 물비누 용기에 들어 있는 비누를 쓰라”고 권합니다. 다른 사람의 세균을 손에 묻히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미국 은퇴자협회에서 제공하는 건강정보를 보면 “손을 깨끗이 하려고 비누로 씻지만 비누에 남아 있는 박테리아와 세균이 더 묻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이 협회는 “공중화장실 물비누통의 25%가 배변 세균으로 오염됐다”는 미 애리조나대학의 연구 결과를 들며 “공중화장실 비누통은 아예 만지지도 말고 만졌으면 15~20초 동안 뜨거운 물로 손을 씻으라”고 합니다.
정말 화장실에 있는 비누에 세균이 있는지를 이 물어본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릅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아모레퍼시픽 연구팀은 “비누는 높은 pH를 유지하기 때문에 세균이 생성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보통 ‘화장비누’라고 부르는 세안용 비누는 pH 산도가 6을 넘는 알카리성 비누입니다. 게다가 세정 성분이 세균을 억제하기 때문에 세균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식품안전의약청 미생물과 이순호 연구관도 “비누에 균이 있는지 없는지보다는 비누를 사용할 때 세균이 우리에게 옮겨오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계면활성제는 우리 몸에 있는 것을 떨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비누에 세균이 있다고 해도 씻겨나가지 우리 몸에 붙는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답니다.
비누 논쟁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목욕 논쟁과 비슷합니다. 파스퇴르가 눈에 보이지 않던 세균과 박테리아의 존재를 생생하게 그려낸 뒤 서구에서는 대대적인 위생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위생학자들은 “목욕으로 박테리아가 기생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위생학자들은 “목욕을 하면 피부에 있는 미생물 수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해서 끝없는 논쟁을 했습니다. 세균의 존재를 알자마자 무균질 인간에 대한 미망이 시작된 셈입니다.
단국대 의예과 서민 교수는 “비누로 손을 씻어 세균이 옮은 경우는 장담컨대 단 1건도 없다”며 “왜 예뻐지는 비누는 믿지 않으면서 항균비누는 믿느냐”고 되묻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세균들은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이 균형을 지키고 있는 상태인데 나쁜 세균만 공격하거나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답니다.
그러나 어쩐지 오늘 이 기사를 쓰고서는 비누를 여러 번 물에 씻은 뒤 손을 씻을 것 같습니다. 세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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