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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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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호를 읽고

등록 2012-08-30 15:52 수정 2020-05-0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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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 나의 얘기일 리 없는 나의 이야기

TV 속에서 의자놀이의 낙오자들이 용역업체 몽둥이에 맞아 픽픽 쓰러진다. 섬찍하다. 머리를 빠르게 굴려 나보다 안 좋은 대학을 다니고 토익 점수 낮은 내 또래들의 수를 셈해본다. 다행이다. 아직 나 대신 낙오자가 돼줄 친구가 많이 있다. 그저 나는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생존의 환희를 담은 춤이나 출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또다시 생존자와 낙오자를 가를 신자유주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근데 이상하다. 아까보다 의자가 훨씬 줄어 있다. 그래도 음… 나는… 성격이 좋으니까! 분명 살아남을 것이다. 절대 저것이 나의 얘기일 리 없다.

백대현 대법관 한 명 낙마로 만족 말자

고인이 된 이성형 교수에 대한 기사를 보며 우리나라의 학벌 카르텔이 뚫기 힘든 벽임을 또 한 번 느꼈다. 물론 좋은 학벌을 가지는 것도 노력에 의한 부분임을 인정하지만 학벌에 의존한 채 정체된 학자도 많을 테고 학벌과 관계없이 훌륭한 사람도 많을 텐데 그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 학계의 ‘격’을 높일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 아닌가. ‘대법관, 문제 있으면 날려야 한다’는 기사는 우리의 온정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돌아보게 했다. 후보자 한 명 낙마시킨 게 대단한 것처럼 기사를 쓰는 언론들은 반성해야 하고 그 정도에 만족하는 국민들도 각성해야 할 것이다.

황소연휴식을 마시는 흔남흔녀가 애처롭다

안 그래도 각종 불균형이 심한 땅에 지역 편중이 또 하나 추가됐다. 커피 향기마저 수도권과 번화가에 들어차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거기엔 여유를 느낄 장소와 시간까지 쥐락펴락하는 대기업이 있었다. 길모퉁이 작은 카페들에 괜히 정이 가는 게 아니었다. 휴식을 ‘마시러’ 카페에 가는 흔남흔녀 모두 애처롭다. 커피 명인이 말하는 커피의 진심은,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이리라. 취향마저 자본에 길들여지지 말아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카페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판단에 거는 태클이 반갑다.

김도연 뼈아픈 캐비아 좌파에 대한 비판

프랑스텔레콤 기사가 인상 깊다. 고단한 업무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캐비아 좌파에 대한 비판은 뼈아프다. 오늘날 벌어지는 정리해고 문제는, 지난 10년 자유주의 정권의 ‘신자유주의 도입’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돌아오는 대선을 노리는 이들의 모습이 프랑스 사회당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기사는 짧지만 강하게 경종을 울린다. 공지영 작가와 한상균 지부장의 대화는 문단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좀더 자연스러운 대담을 기대한다. 고 이성형 교수의 삶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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