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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품을 하면 왜 따라하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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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1-05-10 15:36 수정 2020-05-03 04:26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은초등학교 1학년 2반 한 학생이 31일 오전 교실에서 하품을 크게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은초등학교 1학년 2반 한 학생이 31일 오전 교실에서 하품을 크게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font color="#C21A8D"><font size="4">Q.</font> 얼마 전 엄마랑 마주 앉아 고스톱을 칠 때 생긴 일입니다. 갑자기 엄마가 하품을 하셨는데, 저도 모르게 뒤따라 하품이 나오더라고요. 곧이어 동생도 하품을 했고요. “왜 엄마 따라 하품을 하느냐”며 깔깔 웃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니 이렇게 누가 하품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도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품이 전염병도 아닌데 왜 그런 건가요?(사당동 하품녀)</font>

<font color="#006699"> <font size="4">A.</font> </font> 그러게 말입니다. 에서도 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점심을 먹은 뒤 나른해질 때 사무실 어딘가에서 하품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하~암” 하는 소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저도 제 앞자리나 옆자리 동료가 하품을 하면 따라서 하품을 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공기나 뇌 속에 산소가 모자라면 하품을 하게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피곤함이나 졸림의 신호로 이해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과학적인 설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소가 풍부한 실외에서나 몹시 긴장할 때도 하품은 나오니까요. 실제로 여러 실험에서 산소의 양과 하품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합니다. 하품이 왜 나오는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남 따라 하품하기’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뇌의 신경세포 가운데 ‘거울뉴런’이라는 게 있습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맞거나 칼에 찔리는 장면을 보면 마치 내가 맞거나 찔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죠? 이렇게 어떤 행동을 보기만 해도 이 행동을 반영해 활성화되는 게 거울뉴런입니다. 거울이 실재를 반영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품 따라하기는 바로 이 거울뉴런 때문입니다.

 거울뉴런은 모방과 공감에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공감 능력이 매우 낮은 자폐아동과 그렇지 않은 비자폐아동에게 하품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자폐아동 중에선 그걸 보고 따라서 하품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공감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밥을 먹일 때 입을 벌리면 아기의 뇌는 무의식중에 이를 반영해 입을 벌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누가 웃는 걸 보면 그 웃음이 뇌에 반영돼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요.

 결국 남 따라 하품을 자주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잘 공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시도 때도 없다면 민망한 일이겠죠. 남들보다 잘 발달한 거울뉴런을 자랑할 만큼 ‘뻔뻔해지기’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누가 하품을 시작하면 땡땡이칠 기회로 여기고 “잠깐 바람 좀 쐬자”고 제안해보세요. 어느새 부드러워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답변은 랑가 요게슈바어의 (에코리브르 펴냄)를 참조했습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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