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에 피서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 △△해수욕장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만 인파가 몰렸다.’ 여름만 되면 수없이 반복되는 기사입니다. ○○에 지명, △△에 해수욕장 이름, □□에 적당한 숫자만 넣으면 기사는 완성됩니다. 이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름 휴가철에 8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모인다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담당하는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 서종준씨는 “국내 해수욕장에 정확한 피서객 수를 산출해내는 시스템은 아직 없다”며 “그래도 어느 정도 산출이 가능한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밀도분포율 산정법입니다. 해수욕장의 일정한 구역을 정해서 단위면적당 피서객 수를 헤아린 다음 백사장 전체 면적에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담당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또 해수욕장 이용객뿐 아니라 인근 상가나 관광지 이용객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수십만 명이 ‘뻥튀기’될 여지가 큽니다. 두 번째는 항공촬영을 한 뒤 사진 판독을 하는 방법인데, 비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부담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동인파측정법. 테마파크처럼 해수욕장 출입구마다 간이문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출입자를 세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실제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출입구마다 사람이 개수기를 들고 들어가는 사람을 세는 방법입니다. 설명만 들어도 이 방법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워 보입니다. 결국 실제 해수욕장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의 수는 기사에 등장하는 숫자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는 얘깁니다.
일정 장소에 모인 사람의 수에 관한 논란은 비단 해수욕장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집회에 모인 인원수’가 있죠. 기사를 보면 ‘경찰 추산 ○만 명’과 ‘주최 쪽 추산 △만 명’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두 추산치에 꽤 차이가 납니다. 숫자를 낮추고 싶은 경찰과 높이고 싶은 주최 쪽의 견해 차이(?) 때문에 인원수가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거죠. 2008년 촛불집회의 경우 9배 정도 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기자의 입장에서는 한쪽의 숫자만 밝히는 것보다 양쪽의 숫자를 모두 보여주는 게 균형 잡힌 기사를 위한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육안으로 사람의 정수리가 다 보이는 규모의 집회나 행사인 경우 참석 인원수를 기사에 쓸 필요가 있으면 기자가 직접 세기도 합니다. 일일이 세다 보면 ‘내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보다 정확한 건 없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셀 때마다 숫자가 달라집니다. 뭐가 문제인 걸까요? 나이? 시력? 아니면 산수 실력?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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