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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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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94호를 읽고

등록 2010-01-28 10:51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94호

<한겨레21> 794호

[집중 모니터링]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뭐가 그리도 만만한 걸까? 이리저리 둘러봐도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투성이다. 행여 교복을 입고 들어갈 때면 벌써부터 만만하게 보는 게 느껴진다. 얼마 전 무슨 교육을 받으러 갈 때는 나를 바로 앞에 두고 “학생인가봐” 하며 수군대기까지. 내가 그렇게 앞에서 수군수군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을 정도로 만만한가? 아니면 차려입은 교복이 그렇게 만만한가?

그래서 처음 학생인권조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를 감동이 들었다. 비록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드디어 학생이 뭔가 하나 터트렸다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번 표지이야기는 분이 차올랐다. 같은 학생으로서 너무나도 공감 가는 글이었고 근처에 있는 사소한 풍경이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 인권조례에 대해 선생님들이 아무 신경도 안 쓴다. 한나라당 의원님들이 막아줄 거라나 뭐라나. 이렇게 학생들이 폭발했는데도 여전히 그대로인 사회 인식에 대해 조금 다뤄줬더라면 좋았겠다. 교육계에서만 의의를 갖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순악 할머니에 대해 쓴 사람과 사회는 인상 깊고 감동적이었다. 1인칭 시점에서 쓴 기사는 대부분 손발이 오그라들게 읽는데 이번 에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 매체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집회만을 다룰 때 이런 식으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인 면을 다루어서 더 가슴에 와닿았다. 기사 끝부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월급에 대한 특집은 그 꼭지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장 관심 있는 것 중 하나인 월급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쓴 기사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판검사·국회의원 등에 대한 기사는 대략 예상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조목조목 나열한 임금 목록이 재미있었다. 학력과 임금에 대한 기사는 통계가 그림으로 안 나타나 있어 다소 읽기 어려웠고 꼭지가 노동 OTL에서 본 것 같아 낯설지 않았다.

이번호는 신선한 기사가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레드 기획이었다. 신춘문예 낙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점이 그랬다. 기사가 길어 다소 어지럽긴 했다. 안도현 시인의 짧은 글도 기억에 강하게 남고 기사를 잘 마무리해준 것 같다.

정치는 제목이 너무 강해서 기사 내용이 살짝 잘못 인식될 뻔했다. 지지율 상승을 분석한 부분도 있던데, 제목이 너무 비판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대통령’이 단순히 이미지뿐임을 고발하는 내용에서 제시된 근거들, 광고 예산이나 언론 관련 부분은 정곡을 찔렀다. 여론조사와 친서민 부분을 각각 따로 다루었으면 좋았겠다.

검찰은 사법부 따위는 만만한가 보다. 끊임없이 저울질에 태클 중이시다. 어른들은 청소년이 만만한가 보다. 아무리 소리지르고 폭발해봐도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서민이 만만한가 보다. 카메라 앞에서 유독 그렇게 껴안아주면서 요리하는 걸 보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사람을 만만하게 본다. 홍부일 19기 독자편집위원

박대기 기자

박대기 기자

-이주일을 웃겼다 ‘우리는 폭설 바보들’ 댓글
폭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 보도를 하는 한국방송 기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눈 맞으며 현장 보도를 하듯이, 정권에 대한 고발과 감시도 열심히 해주면 안 되겠나? esc5470

2010년 학생도 사람 선언!

→ 서울시에 살고 있는 여고생이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이건 정말 아닌데’ ‘내가 이런 것까지 참으며 학교를 다녀야 하나’ 싶게 인격적으로 모독당하는 기분 나쁜 일이 많다. 선생님과 어른들은 모두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더 심했어”라는 말밖에 해주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감동까지 느낄 지경이다. lcnmk5

→ 30대 중반을 넘어 40대에 근접해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있던 후진적 문화가 요즘에도 당연시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인권과 희망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오히려 당연한 것입니다. 아니 더 일찍 됐어야 하는 일임에도 우리와 같은 기성세대의 방조가 낳은 안타까운 현실이겠지요. florescent

→글쎄, 체벌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한 체벌’은 안 되겠지만 자기 잘못을 모르는 아이들은 체벌이라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두발규제라는 어이없는 학교 제도는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nox1062

월급의 모든 것!

→ 월급의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렵게 좋은 대학 나와서 괜찮은 대기업 직장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20년 모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 즉 이미 자산을 축적한 계층의 자산소득 증가만을 보호하고 임금소득은 하향평준화해 현재의 자산 계층을 고착화하는 시스템 아닌가요? yongo99

“유례없는 대연합이 될 것”

→ 현 정권 지지율 50%에 두려워 말고 단합된 야권의 모습과 건실한 정책안으로 승부하다 보면 언제든지 더 높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사분오열 흩어진 현재 야권으론 거대 여당의 벽을 결코 뚫지 못한다. 기득권을 버린 대연합뿐이며 또 그것이 지지자들의 바람이다. hwan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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