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가영 서울시 도봉구 방학1동

1977년산, 호루겔 피아노. 처음부터 나의 물건은 아니었다.
새로 시작하는 신혼집에 20년 된 고물 피아노라니. 결혼하고 남편이 살던 집에 그대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가구며 필요한 살림살이를 모두 새로 들여놓았다.
그런데 남편은 치지도 않는 오래된 피아노를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그 피아노를 치며 자랐기 때문에 정이 들었다면서. 시커먼 그 물건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으려나, 남편은 문득 이렇게 말했다. “내가 노래 불러줄까? (My Way), 피아노 치면서 말이야.” 피아노를 치려면 조율을 해야 했다. 주변에 악기를 다루는 음악사가 있어 산책 겸 나갔다가 조율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알아보았다.
“8만원이면 바로 가서 해드립니다.” 사장 대신 가게를 지키고 있던 아주머니의 답이었다. 남편은 내 얼굴만 바라봤다. “명함이나 하나 주세요.” 그렇게 명함만 건네받고 우리는 그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아마도 “뭘 그렇게까지”, 또는 “다음에 하지 뭐”라고 나는 말했을 것이다. 살림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쓸데없는 돈’을 지출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 남편은 그때 얘기를 꺼낸다. 그때 우리가 그렇게 어려웠었지, 그렇지만 너도 참 너무하지 않았느냐, 그 집 명함 아직도 가지고 있다 등….
미안한 생각이 든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그리고 그다지 치고 싶은 않은 나보다 남편은 낭만적인 사람이다. 지금은 바빠서 피아노 앞에 앉을 시간도 없는 사람인데,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으니까.
이사를 오면서도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는 우리를 따라와 방 하나를 당당히 차지했다. 그 방은 이제 내 두 딸의 방이 되었다. 4살, 5살 된 아이들은 틈만 나면 피아노를 두드려댄다. 곧 조율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로. 그리고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든다. ‘피아노는 사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제 30년 된 피아노는 나의 가장 오래된 물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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