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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정기독자] 휴대전화 빼고 자유 더하기

등록 2008-01-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전 전화 잘 안 쓰는데 저랑 통화하다니 행복하시겠어요!”

방민선(43)씨와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을 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로 보내온 엽서에는 집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집 전화로 그와 연결되긴 힘들었다. 그에겐 휴대전화가 없다. 필요가 없어서다. “처음부터 안 써 버릇하니 없이 지내는 게 훨씬 편합니다.”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만 안달할 뿐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방씨는 늘 전화를 ‘걸어오는’ 쪽이었다.

“지금은 안동에 여행가는 중이에요. 휴게소에서 전화드리는 거고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자유롭다. 한 달에 한 번은 산행을 하고 여름 휴가 때는 꼭 지리산을 종주한다. “보통 노고단~천황봉까지를 생각하지만 천왕봉을 지나면 아담하고 멋스러운 치밭목 산장이 나와요. 거기까지 가보시길 권합니다.”

그는 서울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한다. 정해진 시간에 학생의 집을 방문하는 생활이 벌써 14년째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5년, 10년 전에는 학생 집을 방문하면 ‘선생님’으로 대우받았는데 요즘은 학부모를 고객으로 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상황을 힘들어하는 신입 교사들도 있고요.” 그는 학습지 교사들의 애환을 다룬 기사도 제안했다.

방민선씨 집에는 이 창간호부터 쌓여 있다. 서재의 책장과 천장 사이에 가득 차서 이제는 안방 장식장에까지 올라가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까봐 박스에 넣어 버리진 못하겠다고. 지금까지 구독료를 책임지는 천사표 막내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사랑해” “선생님 나왔어!”와 같은 말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답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목표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세워나가라”였다. 역시 선생님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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