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희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1동
며칠 전, 늦잠을 자고 일어나 머리를 감다가 벽에 걸려 있는 수건에 시선이 갔다. 문득 ‘나의 오래된 물건’에 기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덟 살 때였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목이 간지럽고 눈이 따가워지더니 이내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뒤덮었다. 울며불며 어머니께 달려갔다. 어머니는 우는 아들을 안고 텔레비전 앞으로 가셨다. 시내 곳곳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구호를 외쳤다. 여덟 살 난 꼬마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해 가을, 어머니는 타월 한 장을 가져오셨다. 흰색에 파란색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평민당 영등포을 지구당’. 모두 생소한 말들이었지만 부모님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고 계시는 눈치였다. 내가 그 수건에 새겨진 문구가 어떤 의미였는지 깨닫는 데는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 있는 이 흰색 수건에는 분열과 지역주의 그리고 패배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자신을 민주세력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 있는 지금, 분열의 결과는 반복될 것이다. 1987년 민주화는 안보와 안정이란 어젠다에 힘을 쓰지 못했다. 2007년 경제성장이란 신화는 도덕성 논란을 짓누르고 있다. 이번 대선 다음날 아침, 이 수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수건에 얼굴을 덮으며 20년 전처럼 코끝이 찡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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