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숙 부산시 남구 용호2동
사람이 떠나면 추억으로나마 그 사람을 기억하기 마련. 하지만 2년 전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릴 때면 돌이킬 만한 추억이 없다. 집안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아빠와 함께 가까운 놀이공원 나들이도, 변변한 외식도 한 번 못한 탓일까?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평생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 돼버려 더욱 가슴이 아린다.
그런데 얼마 전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금두꺼비’라고 적혀 있는 화투통을 발견하고 뚜껑을 여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찾으려야 찾을 수 없던 추억이 바로 이 작은 화투통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세 딸과 아빠가 즐겼던 유일한 놀이, 화투치기!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딸과 아빠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뿐 아니라 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산수와 미술 공부(?)가 돼준 것이 바로 화투치기다. 기껏해야 1점에 10원이었지만, 그마저도 없던 우리는 엄마가 평소 알뜰히 모아둔 돼지저금통에서 동전을 몰래 빼서 그걸 자금으로 삼았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편법과 눈속임은 있기 마련! 곁눈질로 남의 패를 엿보는 것은 물론, 피박이거나 점수가 너무 높으면 재빨리 패를 섞어버리곤 했다. 따먹을 게 없으면 눈치 보다가 잽싸게 넘길 패가 뭔가 보기도 하고, 남이 흔든 거 뻔히 알면서 돈 계산 다 하고 나서야 약 올리듯 말하기 일쑤였다. 이런 편법에도 불구하고 우승의 주인공은 늘 아빠. 하지만 결국 딸들에게 용돈하라며 돌려주셔 되레 적자를 보기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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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신 뒤 아빠 물건을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다 정리했는데 느닷없는 화투의 등장으로 순간 추억에 잠겼다. 지금은 함께할 아빠가 없어 책상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화투지만 이제부턴 아빠가 생각날 때면 몰래몰래 꺼내볼 참이다. 화투 치던 아빠와의 추억과 아빠의 손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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