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겨울엔 항상 ‘대통령배 농구대잔치’라는 최대의 이벤트가 있었다. 어느새 대회명이 바뀌어 버린 탓에 ‘잔치’의 흔적은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당시의 입장권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6년을 거치는 동안 난 겨울마다 그 잔치에 초대받는(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귀한 손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겐 추운 날씨에도 새벽에 일어나 농구장을 찾아 매표소 문이 열릴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강인함과, 항상 관람석 맨 앞자리를 차지하려 노력하는 끈기와, 선수들의 경기 모습에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오빠부대’의 원조 격이었다. 이런 나를 카메라도 인정했는지, 난 경기가 있는 날엔 꽤 자주 텔레비전 화면에 비춰졌고 우연히 그 장면을 본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공부 안 하고 그런 곳에 간다’는 꾸중까지 들어야 했다.
그럴 때면 난 선생님께 ‘이건 내 취미생활이다. 공부시간에는 공부한다’고 꽤 그럴듯한 항변으로 날 변호했다. 그러면서도 난 ‘학생에게는 개인의 취미도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느껴야 했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내가 유난스러운 것인가’라는 회의감마저 들어 혼란스러웠다. 말하자면 농구가 나에겐 일종의 성장통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여름, 그 시절 좋아하던 선수인 이원우씨가 투병 생활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받은 충격과 슬픔은 훨씬 컸다. 소중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떠나갔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원우씨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면서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용돈을 털어가며, 사발면으로 언 몸을 녹이며 선수들을 응원했던 그때를 그려본다.
이주연/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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