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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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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를 보고

등록 2005-02-02 00:00 수정 2020-05-03 04:24

카이스트 논쟁 1│ 변화만이 살길이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 가운데 로플린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카이스트를 학부모와 학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종합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이에 교수진과 학생들은 처음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대학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카이스트가 변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동안 카이스트 연구실들이 수수방관한 측면이 있다. 학생들의 학업 만족도도 높지 않다. 학생들은 강의 내용이 10년 전과 달라진 게 뭐냐고 한탄한다.

카이스트에 변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설립 당시만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기에 정부 지원에 따른 경직된 연구가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에서 ‘첨단’을 만들어야 할 때다. 연구도 연구실 밖의 시장경제와 함께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카이스트는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

특히 로플린 총장은 재정 확충을 위해 고심하는데, 이를 위해선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장래성 없는 분야까지 끌어안고 있기엔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런 분야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장래성이 없다는 게 ‘단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정확한 분석과 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단기적 이익이 보장되는 학과는 정부 보조 없이 기업과 연계해 발전을 도모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로봇공학, 인공지능, 우주산업 분야는 정부 지원이 투입돼야 한다.

카이스트는 한국 과학발전의 선두주자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 분야에서 무던히 애써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오지 못한 면이 있다. 연구를 넘어 사회 전체를 읽어내는 트인 사고가 필요하다. 변화된 카이스트가 우리나라 이공계의 발전을 주도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배윤경/ 서울시 송파구 가락본동

카이스트 논쟁 2│ 과학연구에 전념해야

로플린 총장의 주장에 어이가 없다. 외국인 총장이라 기대가 컸는데, 카이스트를 망치려는 발언을 하니 당황스럽다. 우선 카이스트는 경쟁력 있는 학과를 위해 만든 대학이 아니다. 미래의 한국 과학과 기술력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현재 경쟁력이 없어도 기초 과학기술을 위해 기반을 다져야 하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로플린 총장은 안 그래도 열악한 우리 과학기술 연구 여건을 망쳐 선진국에 종속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왜 하필이면 의대, 법대인가.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너도 나도 의대와 법대를 노래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경제가 발전하는데, 그것 없이 의대와 법대가 난립하면 무엇에 써먹는단 말인가. 삼성전자가 이익을 내는 것도 과학기술 덕분이다. 부디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연구 여건을 개선하는 데 전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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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논쟁 3│ 한의학과 연구기관 어떨까

저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입니다. 이번호에 실린 카이스트 관련 기사는, 과거 성장 위주의 과학입국을 주창하며 설립된 카이스트가 구 정권의 성의 없는 지원으로 점점 한계에 다가가는 모습을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됩니다. 사회적인 민주화의 바람은 카이스트와 같이 특혜 아닌 특혜를 받고 성장한 국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수 인재를 국가에서 키워내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장단점을 파악해 개선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는 로플린 총장의 종합대학화에 찬성합니다. 또 의대나 법대의 개설에도 찬성합니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카이스트에 한의학과를 설립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한의학계에서는 서울대학교에 한의학과를 설립하라고 주장하지만 서울대학교의 일부 세력들이 이유 없는 반대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국 과학의 메카인 카이스트가 한의학을 담당할 만한 의무와 가치가 있는 연구교육기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덕에 있는 한의학 연구원과 연계해 연구를 교류하면서 학부생을 뽑는다면 카이스트가 한국의 초일류 대학으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현진/ 서울시 송파구 한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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