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기자 맞냐고요? 그냥 웃지요

[기자소환제-이순혁 기자]
등록 2009-01-22 15:18 수정 2020-05-03 04:25
기자소환제-이순혁 기자

기자소환제-이순혁 기자

소환에 대처하는 이순혁 기자의 자세는 이랬을지 모른다. ‘독편위원들을 웃겨 공격을 피해보리라.’ 날카로운 질문을 들고 온 독편위원들에게 이순혁 기자는 퍽치기 사건, ‘기자 맞나요?’ 사건 등 동원 가능한 ‘자학 개그’를 전부 들이대며 맞섰다.

이순혁(이하 이): 술만 좀 덜 마시고 살만 빼고 돈만 좀더 벌면 대한민국 일등 신랑감이라고 생각하는 이순혁이다. 2000년에 입사해서 편집부와 사회부를 떠돌다가 지난해 봄 한겨레21부에 왔다. 꼭 일해보고 싶은 부서였는데 아직도 부적응 상태다. 많은 지탄을 받으면서도 맷집이 좋아 잘 버티고 있다. 기자 생활에 남는 건 사람이더라. 이것도 인연이다. 서로에게 좋은 자리 만들자.

유재영: 지난해 12월 취재보도 부문 <u>이달의 기자상’ 수상</u>을 축하한다.
이: 고맙다.
위원 일동: 그나저나 카드는 꺾으셨나.
<u>( 742호 새해 특집 ‘카드 끊으면 술·살·돈 삼중고 해결’ 참고) </u>

이: 상을 받고 나니 여기저기서 ‘한턱내라’고 해 연초부터 돈을 많이 썼다. 조만간 체크카드로 바꿀 계획이다.

이수택: ‘올해의 판결’ 기사 잘봤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이: 한 달 반 이상 ‘올해의 판결’ 기획에 매달렸다. 이 기획의 주된 초점은 감동적인 ‘이야기’보다는 ‘재판’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애초에는 33쪽보다 더 길게 발제했다. 독자가 관심사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봤다.

이수택: 올해 최고의 판결 ‘불법파견자도 직접 고용하라’를 보면 ‘환상의 팀워크’라는 식으로 변호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 그 판결의 경우 4전5기를 했고 마지막엔 14:0으로 승리를 했다. 그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낸 법적인 논변, 그걸 만든 사람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사실 끝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이경수·김미주씨가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만으로도 기사가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복직 이후라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해서 평이하게 궤적을 그려나갔다.

유재영: ‘나쁜 판결’은 왜 안 뽑았나.

이: 심사위원들도 나쁜 판결도 뽑자는 얘기를 했지만, 적어도 이번 기획은 긍정적인 것 위주로 나가자고 결정했다.

이수택: 법조계에 관심이 많은가.

이: 법조를 1년 반 정도 출입했다. 사회에서 모든 사건은 결국 법원이란 깔때기로 간다. 경찰기자와 법조기자 경력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해당 분야를 많이 담당하게 된다.

홍경희: 743호 초점 ‘힘센 변협의 무력한 선거’에서 대한변협이 한국 사회에 갖는 의미를 좀더 기사에 반영했다면 이 기사 왜 썼나 싶은 의구심이 없었을 텐데.

이: 선거가 보혁 구도로 갔다면 의미를 더 강조할 수 있었을 텐데, 들여다보니 보수 후보끼리의 싸움이었다. 이런 식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삼성특검의 경우처럼 역사의 흐름을 바꿔버리는구나 싶었다. 2004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박재승 변협회장이 직접 의견 표명을 했다. 방송 장악, 인터넷 탄압 등으로 비판적 목소리가 막힐수록 대한변협이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최우리: 기자소환제를 준비하느라 네이버 검색창에 ‘이순혁 기자’를 쳤더니 웃긴 결과가 나오더라.

이: 아, ‘교문 앞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라는 질문을 봤나 보다. 취재차 인터뷰를 한 학생이 “기자라는데, 범죄형으로 생겼다. 정말 기자 맞냐”는 질문을 네이버에 올렸다. 답변도 ‘안습’이다. “제가 봐도 그 사람 수상하네요”다.

최우리: 그 아래에 최성진 기자가 직접 단 답글이 더 웃기다.

이: 예전엔 퍽치기를 당한 일을 회사 내부에 메모로 올렸다가 의 정식 기사로까지 나간 적도 있었다. 한참 동안 조롱거리였다.

최우리: (한참 웃다 정색하고) 근데 여군 군악대장 사건, 어떤 점에서 끌렸나.

이: 마감을 마치고 새벽에 들어가 토요일 오후까지 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 제보를 들으면서 ‘개명천지에 설마’ 싶었다. 무죄 판결이 나오면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는데 1심에서 군악대장이 군복을 벗게 됐다. 기자는 관찰자인데 너무 분노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철저하게 공소장·판결문 등을 살펴 확인된 사실만 썼다.

홍경희: 개인적으로 그 보도가 힘이 됐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괴로울 때였는데, 군악대장의 처지가 나아지는 모습을 긴 시간 동안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

이: 더없는 칭찬이다. 고맙다.

최우리: ‘올해의 판결’ 등 재판 관련 사건들, 대법원까지 확정 안 났던 것들은 앞으로도 챙겨 보도해달라.

이: 알겠다.

사회·정리 임지선 기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