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기획’ 1인칭 부대원 고백들 생생하고 신선했지만 주관 개입된 느낌도…‘충격과 분노의 농약 콜라’ ‘고장난 철의 제국 포스코’ 입체적 구성이 돋보여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9월2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12기 독자편집위원회의 마지막 모임이 열렸다. 아쉬움에 대한 토로는 모임 뒤로 미룬 채 위원들은 바로 625호 표지이야기 ‘자이툰의 은폐된 폭탄’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었다.
파병 담론, 이젠 구체적으로 만들 때
한상헌 파병 연장과 관련된 논의들이 흘러나오지만, 정작 파병된 군인들이 그곳에서 뭘 하는지 명확히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우리가 몰랐던 자이툰’을 알려준 빛나는 기획이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과연 파병이 국익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에 있다. 이번 표지이야기가 파병의 실무적 무용성을 환기하고 그 소모성을 지적하긴 했지만, 냉철하게 국익 손익계산서를 내놓진 못한 듯하다.
김유홍 역시 한겨레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철수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기사가 작성돼 정작 파병찬성론자들을 설득할 만한 새로운 철수의 당위성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윤주 충실한 편집이 돋보였다. 표와 일지가 잘 정리돼 사료적 가치가 높다. 또 1인칭 시점으로 부대원 인터뷰를 정리한 글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타 기사에선 가끔 긴 문장이 등장해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한윤기 일부분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느낌을 받았다. ‘충격적’이나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같은 어휘와 문장 표현이 그런 예다. 중립적인 어조로 건조하게 현상을 서술하고 분석은 따로 분리해 다뤄야 좋지 않을까. 그리고 부대원의 여러 목소리가 한데 모였지만 어떤 담론을 만들지 못해 아쉽다. 인터넷 게시판의 비판글을 봤다. ‘현장 취재 없이 원하는 내용으로 재구성한 에르빌 기사’라는 지적이었다. 아마 맨 처음 제시된 부대원의 글이 이질감을 주었기 때문인 듯하다. 1진 사단 직할대 행정병 출신인 ㄱ씨의 글은 다른 이의 경험담과 조금 달랐는데, 칼럼처럼 작성된 그의 글이 상대적으로 긴 분량으로 다른 글을 압도한 감이 있다.
나연자 파병부대가 이라크 재건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대원의 삽질이 새로운 뉴스로 다가오진 않았다. 부대원의 일상을 다룬 글들이 많아 다소 지루했다. 그보다는 왜 한국이 철수를 못하는지 진실을 낱낱이 알고 싶다. 또 한국의 파병과 이슬람 문화권의 접촉이 만든 충돌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국회의 파병 연장 동의안의 통과가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지금, 국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사가 필요할 듯싶다.
손학규, 그의 이미지 메이킹을 벗겼는가
이윤주 특집 ‘장하성 펀드는 독배인가 씨앗인가’는 긍정적인 면과 염려되는 면을 균형 있게 담아 신뢰감이 갔다. 김상조씨 인터뷰와 장하성 펀드를 비판하는 기고가 흥미로웠다. 기고에 대해 김상조씨의 재반론이 그 다음주에 이어졌더라면 흥미로웠을 텐데.
626호 ‘대한민국 트랜스젠더 오동구에 관한 보고서’의 표지가 회사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표지 모델인 영화 의 주인공 오동구가 취한 포즈를 따라한 회사 선배 때문에 사무실이 뒤집어졌다.
몸에 대한 계급적·사회적 담론은 재미없거나 뻔해지기 쉬운데 이번 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 발의자인 노회찬 의원의 인터뷰는 다소 구태의연한 느낌을 준다. 가 심상정 의원을 만나고 이 조갑제를 만나야 독자는 재미있다.
나연자 트랜스젠더, 게이, 동성애 등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도록 도와주는 기획이었다. 주변에서 동성애자를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남학교나 여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보면 좀더 이해가 필요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때 내가 기사 내용을 잘 알았다면 더 도와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감출 게 아니라 터놓고 얘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 혹은 친구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위성은 트랜스젠더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보고서 내용이 잘 요약 정리됐다. 다만 좀더 어조를 담담하게 유지하고, 전문가 의견을 더 싣고, 트랜스젠더 본인이 자기 결정권에 대해 말했더라면 의 다른 인권 관련 기획 못지않게 굵직하고 심도 있게 펼쳐졌을 듯하다. 보고서 내용이 발췌되면서 트랜스젠더들이 타자화된 감이 없지 않았다. 표지 모델의 오동구에 대한 언급이 본문에 없어서 다소 어색했는데, 상자기사로라도 다루었다면 나았을 듯하다.
한상헌 글 전반부에서 수술 여부나 수술 의지 여부에 따라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 성전환자와 성전환희망자 등을 구분지어 개념을 설명했는데, 기사 중반부부터 이를 통칭해 성전환자로 지칭해 다소 논지가 혼란스러워졌다.
이윤주 특집 ‘손학규의 길을 묻는다’는 정치 기사가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독자들이 부담 없이 정치 이슈에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기사다.
김유홍 하지만 손학규가 뱉어놓은 ‘진정성’ ‘진실성’ 같은 단어들이 기자의 점검 없이 기사에 게재된 건 아닌지. 정치적 수사 아닌가. 하루에 여섯 개의 일정을 소화한다는 점이 가진 진정성도 뭔지 잘 모르겠다.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벗기는 걸 목표로 기사가 작성되면 좋겠다.
627호 ‘충격과 분노의 농약 콜라’는 알찬 기획이었다. 자료 인용과 인터뷰, 외부 기고로 꽉 찼다. 인도 CSE의 보고서를 발단으로 코카콜라의 해악과 코카콜라 기업의 행태, 반코카콜라 운동뿐만 아니라 코카콜라의 역사와 사회학적 의미까지 차근히 짚어냈다. 다만, 읽고 나서 주제가 아리송했다.
이윤주 인도 칼럼니스트가 쓴 ‘코크여, 물타기 하지 마라’가 현지에서 띄운 글이라 생동감이 있었다. 콜라의 세계사와 한국사는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지만, 표지이야기의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졌다. 코카콜라의 반환경성을 고발하려는 기획인지, 콜라업계 전반을 다루는 기획인지 구분이 모호해졌다.
위성은 물이 문제라면 이 문제를 더 파고들어갔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콜라에 대한 의혹이 자연스레 일게 되는데 이에 대한 답이 없어 아쉬웠다. 한국엔 콜라와 관련된 실험 데이터가 전무한지 궁금하다.
나연자 식품의 농약 문제와 연계되는 이슈다. 626호 경제면에서 생수와 정수기의 물을 비교한 기사는 무척 흥미로웠다. ‘만두 사건’ 이후 식품 관련 기사가 비교적 뜸했다.
한윤기 628호 ‘고장난 철의 제국 포스코’는 입체적인 기획이 돋보였다. 하청이라는 제도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며 이구택 회장의 리더십과 무노조 경영 등 포스코라는 기업에 대한 정보와 현재의 상황에 비유하면 딱 맞는 나이키의 사례까지 곁들여졌다. 포스코 사태를 다각적으로 검토한 기사다.
도전인터뷰, 좀더 도전적으로
한상헌 625호 스포츠일러스트 ‘짜릿한 스매싱, 즐거운 인생’은 그동안 다룬 ‘보는 스포츠’가 아닌 ‘하는 스포츠’를 다루면서 칼럼의 일관성을 해쳤다. 이런 건 ‘사람과 사회’로 다루면 안 될까. 그리고 문화면이 더 세분화되고 특성화되면 좋겠다. ‘지역문화’라는 고정 섹션의 신설을 건의한다. 또 2001년 무렵 알차게 꾸려졌던 ‘지성’면처럼 대중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학술적으로 풀어내는 장이 부활되면 좋겠다. ‘라이프 & 트렌드’는 기사별로 편차가 심하다. 마니아 집단의 용어나 전문용어는 꼭 설명해주고, 특정 업체나 부유층과 관련된 내용은 줄여주기 바란다. ‘종이비행기47’과 ‘노 땡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노 땡큐!’는 한 호를 매듭짓는 지면이니 더 확실히 을 갈무리해주는 글이 나오면 좋겠다. ‘도전인터뷰’도 단순하고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설명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이 많아지길 바란다. 인터뷰 대상도 친숙하고 화제성 있는 인물로 골라야 한다.
김유홍 도전인터뷰를 재미있게 읽는 편인데 늘 급하게 밑 닦고 나오는 느낌이다. 사진을 줄여서라도 분량이 길어지면 좋겠다. 정치 ‘국세청 국회에 검은돈 뿌렸다’엔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한겨레밖에 없다. ‘꼬리치는 통계’는 짧지만 알찬 기사다. 아시아 네트워크의 니컬러스 블랜퍼드 기사는 간략하나마 독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는 점에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다우드 쿠탑이 언급한 ‘수감자 문서’ 같은 용어에 대해선 설명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한윤기 ‘바다이야기’ 사건은 한국 사회의 도박 열풍을 돌아보게 하는 큰 사건이었던 만큼 특집이나 표지이야기로 다뤘어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 627호 움직이는 세계 ‘베트남엔 선후배가 없다?’는 무척 흥미로웠다. 문화 ‘불발탄 위의 폭탄 같은 인생’처럼 소장학자를 소개하듯 젊은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펼쳐진 세상’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끔 4쪽 이상 보여줘도 독자들이 호응을 나타낼 듯하다. 독자란 ‘나의 오래된 물건’은 물건이 사용가치를 넘어 사람과 추억의 매개물이 되는 걸 보여줘 읽을 때마다 정이 가는 꼭지다.
나연자 평택 캠페인 ‘마침내 열린다, 기지이전 청문회’에서 청문회 소식을 듣고 기뻤는데,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민주노동당만 야당인가. 한미 FTA나 파병, 사학법 개정 등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야당의 노릇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점을 부각해 기사로 다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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