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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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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주검, 꼬리 긴 귀신

등록 2005-08-05 00:00 수정 2020-05-03 04:24

‘배낭 여행기’ ‘푸껫 귀신 이야기’ 완급 조절 아쉬워
GP 특집기사·알몸 대담 묶어 ‘군 문화 개혁’ 목소리 높였다면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7월26일, 어김없이 신문사를 찾아온 독자편집위원들. 전주의 이만석씨가 준비해온 전주 한지 부채를 고맙게 나눠 들고 시원하게 회의를 시작했다. 7월의 <한겨레21>도 위원들 가슴에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줬을까.

이만석: 566호 ‘주검에 대한 예의’에서 검은 배경에 깔린 주검과 부검 현장 사진이 파격적이더라. <한겨레21>이 갈수록 멋져지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현장의 선봉에 있는 경찰 관계자들 의견이 부족하지 않았나.

이효원: 주검 이야기가 ‘불쾌’하지 않고 ‘유쾌’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확인되던 법의학의 중요성, 우리나라 실정을 밝히며 잘 드러냈다.

주검 얘기, 불쾌하지 않고 유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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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특집에선 총기난사 사건을 염두에 둔 GP(감시초소) 관련 기사를 내놨는데, 대안이 제시된 점이 좋았다. 다른 언론들은 자극적인 얘기만 하기 바빴다.

이효원: ‘고문관들에게 대체 복무를’에서 소개한 ‘비전캠프’는 새로운 내용이었다.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 22쪽에 실린 사진은 그의 부서진 일생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증상이나 통계 같은 사실적 정보가 부족했다.

이만석: 567호 초점 ‘알몸 사진 대담’에서 전문가 3인이 병영생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서 놀라웠다. 하지만 가해 병사들이나 알몸 사진과 같은 폭력적인 문화를 체험해본 이들까지 테이블에 불러내야 더 생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분석을 넘어 해결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 6개월 단위 4계급 위계의 전면 검토도 문제 지적에 그쳤고. 일반 독자들이 알고 있는 모호한 사실과 대안을 명확히 해주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다.

곽동운:차라리 567호에서 군대문화 전반을 펼쳐서 점검했으면 어땠을까. 초점의 알몸 대담기사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묶어서 표지이야기로 담아낼 만했다. 대담기사 제목(‘전우의 성기를 넘고 넘어’)은 좀 선정적이었고.

이만석: 몇년 전의 표지이야기 제목인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한겨레21>이 베트남·우토로 캠페인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사회 쟁점화해달라. 제2, 제3의 김 일병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한데 이런 문제를 사병들 개개인의 인격에 맡길 순 없지 않나.

이효원: 567호 ‘배낭과 함께 사라지다’로 넘어가서 얘기해보자. 사진도 시원하고, 여행기도 재미있고, 시기상으로도 적절했지만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그만큼 다른 기사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위성은: 어떤 이가 “표지와 타이틀은 섹시한데 내용은 별로 그렇지 못했다”고 하더라. 나름대로 흠잡을 데 없는 표지이야기였는데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요즘 우리 주변에 여행기가 과잉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부 여행기가 과거에 쓰인 거라 생동감이 반감됐다.

이효원: 568호에선 통합형 논술고사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본고사다”라는 결론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사교육 부활’이라는 다섯 글자 외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본고사 세대가 아닌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또 바칼로레아 같은 논술시험이 있을 때 그나마 주입식 교육 풍토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논술시험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해결 제시가 더 있어야 했다. 그저 수능 변별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는 미흡했다.

이만석: 신속하게 전문가 설문조사를 한 건 좋다. 그러나 표본집단이 적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용이 기술됐다. 그리고 서울대가 통합형 논술을 도입하느냐 마느냐로 본고사 등장의 성패가 달렸다는 전개도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교사와 업계 강사들의 시각에서만 다루다 보니 정치권이나 교육부, 대학 관계자의 발언은 없더라.

박정호: 그래도 입체적 구성이 돋보였다. 설문조사, 프랑스와의 비교, 3불 법제화, 지방 학생 서울 수난기 등 본문과 상자기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됐다. 고등학생들의 솔직한 대담도 재미있고.

푸껫 귀신, 재앙을 가볍게 다뤘다?

박정호: 568호 특집 ‘민주노동당이 뒤집어진다’는 최근 민주노동당이 지지층을 잃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했다. 다른 당 의원들이 보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이 첨가됐으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최고위원들에 대한 비판에 맞춰졌는데,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을 줬다.

박지현: 민주노동당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그동안 활동한 내용을 밝히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이효원: 평소 민주노동당 관련 기사는 별로 없다가 갑자기 폭탄이 던져진 것 같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기사는 많이 다루었는데, 언제 그들에게도 폭탄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정호: 569호 푸껫 귀신 이야기는 납량 특집이었다. 귀신 이야기가 표지에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가십성으로 읽혔다. 표지이야기로 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내용이 길어지면서 그 주의 이슈들이 빠진 느낌을 줬고, 사회·문화면에 치중됐다는 인상도 안겼다.

이효원: 여름철이면 흔히 나오는 귀신 얘기의 전철을 밟지 않은 건 환영할 만하지만, 푸껫 재앙을 좀 가볍게 다룬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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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은: 그러나 기사를 통해 쓰나미 참사 이후의 정신적 공황과 타이 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기획이었다.

이효원: 정신과 약물치료를 다룬 특집이 반가웠다. 하지만 상담, 사회적인 지지, 놀이치료, 심리치료, 작업치료 등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해 대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진행시켰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음의 감기 학교가 챙겨라’ 편의 기사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이만석: 568호 도전인터뷰 신만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인터뷰를 보면 기자는 조종사 노조 편도 사쪽 편에도 서지 않고 있지만, 역시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담다 보니 노조에 편중된 태도를 보였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안은 여러 입장들을 골고루 드러내줘야 기사로서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사쪽 입장을 어떻게 드러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효원: 그래도 조종사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때, 파업의 이유를 밝혀준 건 이 인터뷰였다. 조종사 노조의 입장을 알 수 있었다.

박지현: 최근 도전인터뷰에서는 2회 연속으로 노조위원장 인터뷰가 실렸는데, 약간의 간격을 두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사람과 사회’ 코너와 차별될 수 있게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박지현: 566호 경제면의 토익 점수의 무용성에 대한 기사도 많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끄는 기사였다. 569호에서 대통령의 한겨레 기금 기탁에 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러나 외부 논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든다.

세계·칼럼·문화면 읽는 재미 쏠쏠

박정호: 569호 정치 ‘관변단체 앞에선 작아지는 여당’을 봤지만 내가 느끼기엔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관변단체를 없앨 이유가 없어 보였다. 여당의 태도를 언급하기 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특혜를 받고 있는지 자세한 언급이 필요했다.

위성은: 567호 오마이섹스 ‘녹차의 발견’, 진짜 섹시한 기사다. 기자의 도전 정신과 용감무쌍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만석: 나도 재미있게 본다. 많은 청소년 독자를 의식한다면 그들 눈높이도 넓게 끌어안는 미혼모, 낙태, 자위 등의 주제도 다루었으면.

박지현: 567호 움직이는 세계 ‘휴대전화는 종이책을 죽일까’가 흥미로웠다. 인도네시아 상자기사 등 우리 주변 국가의 짤막한 글들이 유용하면서도 지면을 잘 살린다.

이만석: 566호의 ‘호메이니여, 우리를 돌보소서’에서 다룬 이란 대통령 선거전 기사도 서아시아의 국제 정세를 면밀하게 알려준 지적인 기사였다. 또한 567호 사람과 사회 ‘칠곡농원의 한은 풀리는가’를 읽으며 한센인들의 억울함을 잊지 않고 재규명하고자 한 <한겨레21>이 고마워졌다. 거창한 윤리관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무식한 힘에 눌려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지 항상 따뜻하게 주변을 살펴주길 바란다.

이효원: 문화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별한 영화제, 사진전, 문화유산들을 들춰내니 신선하다. 인기 있고 대중화된 상업 문화들을 다룬 기사는 넘쳐난다. 드라마를 해석한 기사들도 흥미로웠다.

위성은: 568호 사람과 사회 ‘답답하고 억울한 모터사이클’은 편견을 해소해준 좋은 기사다. 비싼 레저활동이라고 했는데 정작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지더라. 기다렸던 칼럼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가 나왔는데, 다른 매체에 알려진 내용들이 밀도가 낮게 전개돼 아쉬웠다. 그래도 인간 안어벙의 매력을 전해주는 걸 보면 오지혜씨 글발은 역시나다. 지난번 전국철거민연합회 보도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반론 기사를 읽었는데, 어떤 게 진실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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