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치 한 신문엔 ‘무공천 철회 땐 도로 민주당’이란 제목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여론조사·당원투표 합산 결과에 맡긴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 밑에는 ‘정몽준·김황식 젊은 스타일로 변신’이라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소소한 근황 기사가 게재됐다. 정몽준 후보가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김 후보가 안경테를 바꿨다는 내용까지 보도된 이날, 새정치연합의 유일한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시장의 동정은 당 내부가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는다는 기사에 떠밀려 찾아볼 수 없었다.
당 경쟁력보다 인물 경쟁력으로 근근이새누리당 정몽준·김황식·이혜훈 후보의 떠들썩한 ‘3자 경선 효과’는 이처럼 언론 보도 횟수 대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 후보는 박 시장과 1대1 가상 대결에서 격차를 야금야금 좁혀오더니,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안에서 지지율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여야 모두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전체 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여권이 패하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견제론이 강하게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야권이 지면 지난 3월 출범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보장받은 임기 1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 판세가 여야 혼전 양상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보다 더 높은 인물 경쟁력으로 개인 지지율을 버텨내고 있는 박 시장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는 의견이 좀더 많았다. 또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한나라당·47.4%)-한명숙(민주당·46.8%)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쳤듯 이번에도 득표율 ‘3~4%포인트 이내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후보가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정 후보의 ‘액티브’한 개발 이슈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장덕현 부장은 “정 후보가 박 시장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지만, 야당 일부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고 숨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박 시장이 현재까지는 2~3%포인트 정도 앞선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의 ‘근소 우위’에 대해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필요조건이 중도층를 잡는 것인데, 중도층에 박 시장의 지지자가 많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일부도 박 시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박 시장이 기존 정치인 같지 않은 면이 있고, 2011년 보궐선거로 시장이 된 이후 전반적으로 시정평가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 후보가 용산 개발 이슈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서울 시민 전체를 확 끌어당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도 “박 시장과 정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박 시장이 나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선거 국면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재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IMAGE2%%]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일단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박 시장의 재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다만 전제를 달았다. 그는 “박 시장이 진보·보수의 이념 대결, 세대 간 선거 대결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서 소속 정당 후보의 최소득표율을 보장한다. 따라서 새누리당 후보는 서울에서도 40% 이상 득표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간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가 견고하지 못해 득표율의 안정성 측면에선 박 시장이 약할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처럼 진보·보수 대결, 세대 간 대결로 선거를 이끌면서 50대 이상 보수층을 결집시켜 승리를 거두려 할 것이다. 박 시장이 진보 성향이 강한 후보의 이미지가 강해지면 현재 갖고 있는 확장성도 제한받을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시장의 재선 가능성을 ‘50% 이하’로 봤다. 소통·화합·친환경 등 박 시장에게 강점이 될 수 있는 이미지가 거꾸로 ‘현상 유지’라는 부정적 요인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 후보의 개발 이슈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당히 액티브하고(활력 있고) 변화지향적으로 비칠 수 있다. 박 시장의 선거 콘셉트가 보존·현상 유지로 비치면 변화지향적인 유권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선거는 공격적인 사람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유권자의 고령화·보수화가 박 시장에게 불리한 선거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갈 것으로 보여,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거 전망을 유보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선명치 않은 김황식 후보와 맞붙을 경우 박 시장이 크게 유리할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결국 정몽준 후보를 박 시장과 상대할 새누리당 후보로 올릴 것으로 점쳤다. 윤희웅 센터장은 “정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 중) 박 시장과 가장 선명하게 각이 서는 후보다. 정 후보가 내세우는 글로벌·개발 등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후보상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서, 정 후보가 보수층 지지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 쪽에선 정 후보가 가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최근 박 시장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방송토론 시간과 똑같은 분량의 방송 반론권을 요구한 것도 상대의 경선 흥행 효과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5월7일께 예비후보 등록 예정박 시장 쪽의 핵심 인사는 “정몽준 후보와 오차범위에서 경합을 벌이는 흐름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확실히 기세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가 낮은 새정치연합 소속의 현직 시장이 여론조사 오차범위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이렇게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 쪽은 최근 당 통합을 전후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전면에 부각돼 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묻혔지만, 당이 선거 체제로 돌아선 만큼 이제 새누리당 경선 효과에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4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재임 기간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섣달그믐날 시집을 온 처자에게 설날에 애 낳지 못한다며 소박 놓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시에서 올해 무슨 정책을 결정하면 내년에야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 난 불과 2년6개월간 시장으로 일했다.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나는 게 없다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보궐선거로 당선돼 시장의 원래 임기 4년도 채우지 못한 만큼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는 그의 바람은 어찌 될까? ‘안갯속 혼전 판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시장은 5월7일께 서울시장직을 중지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황제관람’ 논란 정용석·‘갑질’ 의혹 김성헌 의아한 임명
‘김건희 라인’에 둘러싸여…[한겨레 그림판]
‘위증교사 무죄’ 이유와 이재명의 앞길[11월26일 뉴스뷰리핑]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기만료 전역...임성근 무보직 전역 수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 국무회의 의결…윤, 거부권 행사할 듯
[단독] ‘김건희 인맥’ 4명 문화계 기관장에…문체부 1차관 자리도 차지
민주 “윤 거부권 25번째…12년간 45회 독재자 이승만 뺨치는 기록”
“고려대서 침묵 끝내자…윤 퇴진” 학생들도 대자보 릴레이
수도권 ‘첫눈’ 옵니다…수요일 전국 최대 15㎝ 쌓일 듯
새가 먹는 몰캉한 ‘젤리 열매’…전쟁도 멈추게 한 이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