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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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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박원순’ 재선 가능할까요?

새누리 서울시장 경선에 관심 집중되면서 오차범위에서 지지율 역전되기도
지지율 견고한 새누리가 박 시장의 ‘진보 성향’ 부각시키면…
등록 2014-04-16 17:50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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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치 한 신문엔 ‘무공천 철회 땐 도로 민주당’이란 제목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여론조사·당원투표 합산 결과에 맡긴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 밑에는 ‘정몽준·김황식 젊은 스타일로 변신’이라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소소한 근황 기사가 게재됐다. 정몽준 후보가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김 후보가 안경테를 바꿨다는 내용까지 보도된 이날, 새정치연합의 유일한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시장의 동정은 당 내부가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는다는 기사에 떠밀려 찾아볼 수 없었다.

당 경쟁력보다 인물 경쟁력으로 근근이

새누리당 정몽준·김황식·이혜훈 후보의 떠들썩한 ‘3자 경선 효과’는 이처럼 언론 보도 횟수 대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 후보는 박 시장과 1대1 가상 대결에서 격차를 야금야금 좁혀오더니,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안에서 지지율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여야 모두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전체 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여권이 패하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견제론이 강하게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야권이 지면 지난 3월 출범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보장받은 임기 1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 판세가 여야 혼전 양상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보다 더 높은 인물 경쟁력으로 개인 지지율을 버텨내고 있는 박 시장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는 의견이 좀더 많았다. 또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한나라당·47.4%)-한명숙(민주당·46.8%)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쳤듯 이번에도 득표율 ‘3~4%포인트 이내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후보가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정 후보의 ‘액티브’한 개발 이슈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장덕현 부장은 “정 후보가 박 시장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지만, 야당 일부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고 숨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박 시장이 현재까지는 2~3%포인트 정도 앞선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의 ‘근소 우위’에 대해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필요조건이 중도층를 잡는 것인데, 중도층에 박 시장의 지지자가 많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일부도 박 시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박 시장이 기존 정치인 같지 않은 면이 있고, 2011년 보궐선거로 시장이 된 이후 전반적으로 시정평가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 후보가 용산 개발 이슈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서울 시민 전체를 확 끌어당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도 “박 시장과 정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박 시장이 나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선거 국면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재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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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일단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박 시장의 재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다만 전제를 달았다. 그는 “박 시장이 진보·보수의 이념 대결, 세대 간 선거 대결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서 소속 정당 후보의 최소득표율을 보장한다. 따라서 새누리당 후보는 서울에서도 40% 이상 득표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간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가 견고하지 못해 득표율의 안정성 측면에선 박 시장이 약할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처럼 진보·보수 대결, 세대 간 대결로 선거를 이끌면서 50대 이상 보수층을 결집시켜 승리를 거두려 할 것이다. 박 시장이 진보 성향이 강한 후보의 이미지가 강해지면 현재 갖고 있는 확장성도 제한받을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시장의 재선 가능성을 ‘50% 이하’로 봤다. 소통·화합·친환경 등 박 시장에게 강점이 될 수 있는 이미지가 거꾸로 ‘현상 유지’라는 부정적 요인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 후보의 개발 이슈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당히 액티브하고(활력 있고) 변화지향적으로 비칠 수 있다. 박 시장의 선거 콘셉트가 보존·현상 유지로 비치면 변화지향적인 유권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선거는 공격적인 사람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유권자의 고령화·보수화가 박 시장에게 불리한 선거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갈 것으로 보여,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거 전망을 유보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선명치 않은 김황식 후보와 맞붙을 경우 박 시장이 크게 유리할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결국 정몽준 후보를 박 시장과 상대할 새누리당 후보로 올릴 것으로 점쳤다. 윤희웅 센터장은 “정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 중) 박 시장과 가장 선명하게 각이 서는 후보다. 정 후보가 내세우는 글로벌·개발 등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후보상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서, 정 후보가 보수층 지지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 쪽에선 정 후보가 가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최근 박 시장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방송토론 시간과 똑같은 분량의 방송 반론권을 요구한 것도 상대의 경선 흥행 효과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5월7일께 예비후보 등록 예정

박 시장 쪽의 핵심 인사는 “정몽준 후보와 오차범위에서 경합을 벌이는 흐름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확실히 기세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가 낮은 새정치연합 소속의 현직 시장이 여론조사 오차범위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이렇게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 쪽은 최근 당 통합을 전후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전면에 부각돼 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묻혔지만, 당이 선거 체제로 돌아선 만큼 이제 새누리당 경선 효과에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4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재임 기간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섣달그믐날 시집을 온 처자에게 설날에 애 낳지 못한다며 소박 놓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시에서 올해 무슨 정책을 결정하면 내년에야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 난 불과 2년6개월간 시장으로 일했다.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나는 게 없다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보궐선거로 당선돼 시장의 원래 임기 4년도 채우지 못한 만큼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는 그의 바람은 어찌 될까? ‘안갯속 혼전 판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시장은 5월7일께 서울시장직을 중지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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