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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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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 보수 대연합이 좋아

등록 2012-10-31 13:43 수정 2020-05-03 04:27

‘혁신’의 에너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정치 혁신 논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이르면 10월29일을 전후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가 정치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 내부에서도 “실기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태’라는 과거 프레임에 갇혀

그동안 박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밝힌 방안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책임총리제도 구현과 인사권 분점,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견이 드러나지 않는 수준의 문제의식이다. 박 후보의 처지에선 ‘박근혜표 정치 혁신안’ 발표를 통해 뒤처진 담론 경쟁의 구도를 뒤집어야 한다. 하지만 막판 다듬기 단계인 방안은 야권 후보들이 형성하는 ‘논쟁의 자장’을 넘어서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박 후보 본인도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가 ‘내부의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정치 혁신안을 둘러싼 논쟁의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앞다퉈 구체적인 혁신안을 제시하며 논란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 지지층 단속에 골몰해온 최근의 행보 역시 박 후보를 ‘혁신’이라는 미래보다 ‘구태’라는 과거의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 편향적 역사 인식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대야 공세의 주요 공략 포인트로 상정하며 보수 표심의 결집을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급기야 지난 10월25일 보수적 색채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전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공유해온 두 당이 하나가 돼 시대의 소명과 국민의 여망을 받들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전날 극우 단체인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서경석)이 주최한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공식 출마 선언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전태일 열사의 유족을 만나러 나서는 등 일련의 ‘통합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기류다.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박 후보의 대선 전략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 대신 ‘보수 대연합’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보수 회귀 아닌 대통합 일환이다”

어쩌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제의식의 실종 그 자체일지 모른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과거사에 대해 두루뭉수리 사과한 지난달 기자회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조다. 정수장학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의 입’을 자처하는 이정현 공보단장은 “국민 대통합은 안으로는 내부 결속, 밖으로는 외연 확대”라며 “보수 회귀라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나 극우 인사들과의 잇단 회동도 ‘대통합 행보’의 일환이라는 논리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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