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희 구제’불구 교섭단체 자격 불안한 상황 계속… 타개 묘책 짜느라 고심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감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김종필·자민련 명예총재) “대법원 판결은 아직도 법의 정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입증한 것이다”(변웅전·자민련 대변인)….
7월13일 오후, 배임혐의로 기소된 원철희 자민련 의원(충남 아산)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자 자민련은 환호했다. 민주당 의원 4명을 임대받는 엽기적(?) 수단까지 동원해 20석을 채워 가까스로 성취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서 벗어난 때문이다.
시혜 베풀 형편 안되는 민주당
그러나 자민련의 고민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아니다. 고법이 원 의원에 대해 다시 판결할 때까지 몇달 정도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더욱이 송석찬 자민련 의원(대전 유성)도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할지 모를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민련은 교섭단체 유지를 위해 온갖 묘책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민주당에서 의원 2∼3명을 추가영입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혜를 베풀 형편이 안 된다. 원 의원 판결이 있던 날 장영신 민주당 의원(서울 구로을)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또 장성민(서울 금천), 이강래(전북 남원), 문희상(경기 의정부), 박용호(인천 강화), 심규섭(경기 안성) 의원 등이 줄줄이 의원직을 상실할 위험에 직면한 채 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도 지난 7월11일 이미 “추가로 사람을 보내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자민련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물밑에서 민주당에 또다른 제안을 했다. 오는 10월25일 치러질 재보선 때 여권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자민련 후보를 연합공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현재 10월25일 재선거가 확정된 곳은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 2곳인데, 모두 민주당이 공들여온 곳이다. 동대문을 지역은 허인회 위원장이 버티는 탓에 출마 뜻을 가진 김중권 대표조차 주춤하고 있다.
결국 자민련이 기댈 현실적인 방안은 두 가지 정도다. 먼저 자민련이 내각제 약속을 어긴 데 불만을 품고 탈당한 김용환·강창희 두 의원을 다시 모셔오는 것이다. 김종필 명예총재가 이들을 직접 설득하는 등 다각도로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굳이 자민련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전망이 밝지 않다.
현재 20석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4석으로 낮추는 것이 그나마 유력한 대안이다. 자민련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찮다. 자민련은 16대 국회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주요 법안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서 충청권에 대한 영향력을 무기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압박해왔다. 그러나 별 소득이 없었다. 민주당은 개정에 적극 동조했지만, 한나라당이 번번이 가로막은 탓이다.
자민련은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교섭단체 완화를 결사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강재섭, 최병렬, 박근혜 의원 등 영남 출신 부총재들이 “대통령선거를 위해 자민련과 JP를 민주당과 분리한 뒤 포용하자”면서 교섭단체 완화 요구를 수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의 계산
이런 변화가 자민련의 기대를 현실화시키는 단계까지 발전할지 속단하기 어렵다. 이회창 총재가 대선에 끼칠 득실을 판단하지 못한 채 계속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6월27일 총재단회의에서 “당론을 바꿀 입장이 아니며, 이 문제는 모두 내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총재가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4석으로 낮췄을 때 영남에서 발호할 ‘반 이회창’ 세력을 어떻게 봉쇄할지 아직 결론내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외치는 부총재들이 모두 대구·경북과 부산지역에 기반을 둔 이 총재의 잠재적 경쟁자들이라는 점을 총재가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는 아직 찬반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계산을 못 끝냈다. 하지만 오는 8월이면 16대 국회출범 1년이 넘어가고 총선효과도 사라지는 만큼 총재가 결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8월께 자민련과 JP가 대선에 끼칠 영향력, 당내 반창세력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교섭단체 완화를 전격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은 급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이 총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자민련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 모처럼 조성된 유리한 국면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한나라당을 압박하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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