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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반란, 이재오의 고립

소장파 등 비주류 지원으로 예상 밖의 승리한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 황우여…MB 영향력 위축되며 당 쇄신되나
등록 2011-05-11 11:14 수정 2020-05-03 04:26

이명박계는 완전히 갈라섰다. 박근혜계는 일단 소장파의 손을 잡았다.
4·2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소장파 등의 거센 쇄신 요구에 맞닥뜨렸던 한나라당이 새 원내대표로 5월6일 황우여 의원을 선출했다. 중립 성향의 황우여 원내대표는 애초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원한 안경률 의원과 이상득 의원 쪽 이병석 의원보다 ‘전력’이 약한 것으로 분석됐으나 소장파 등 비주류의 지원으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이재오과 이상득의 관계 끝났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보면, ‘소장파+박근혜계+이상득계’ 대 ‘이재오계’의 전선이 그어졌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1차 투표에서 황 원내대표는 64표, 안경률 의원은 58표, 이병석 의원은 33표를 얻었다.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해 1·2위만을 놓고 실시한 2차 투표에서 황 원내대표는 90표, 안 의원은 64표를 얻었다. 계파별로 표가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1차 투표 때 이병석 의원에게 간 표의 대부분이 황 원내대표 쪽으로 쏠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이재오 장관과 이상득 의원의 관계가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소장파와 박근혜계, 이상득계의 지원으로 5월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중립 성향 향우여 의원(오른쪽)이 이주영 정책위의장(왼쪽)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소장파와 박근혜계, 이상득계의 지원으로 5월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중립 성향 향우여 의원(오른쪽)이 이주영 정책위의장(왼쪽)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일단 승리한 비주류가 7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런 구도가 적어도 전당대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소장파에겐 급속히 힘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근·구상찬 의원 등 소장파 의원 33명은 5월6일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를 구성하고, “국민이 바라는 한나라당과 국정기조 쇄신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당대회 전까지 국민경선공천제 도입, 추가 감세 철회 등 강도 높은 쇄신 방안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말에서 “청와대도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여러분은 계파, 줄 서기, 공천 이런 문제에 대해 하얀 백지에 새로운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지난 3년의 잘못을 말끔히 씻어보내고 다시 태어나자”고 말했다. 이는 18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에서 ‘반이명박 정서’가 강한 비주류가 승리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장악력이 급속히 위축될 것임을 예고한다. 당 주류의 핵심 축인 이재오 장관·이상득 의원의 영향력도 당분간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류 책임론’을 내세웠다가 ‘주류 아바타’ 거부 정서를 넘지 못한 이재오 장관은 결국 ‘이재오 대 나머지’의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 장관은 일단 선거 결과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60여 명에 이르는 이재오계를 규합해 주도권을 회복하려 할지,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며 기회를 지켜볼지는 미지수다.

젊은 의원들과 교감한 결과

황 원내대표의 당선은 그간 말로만 그쳤던 한나라당 쇄신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음을 의미한다. 소장파와 뜻을 함께하는 남경필 의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굉장히 열심히 일했지만, 국민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걸 열심히 했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 선출은 당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힘으로 밀어붙이던 행동 양식을 바꾸고, 서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민생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젊은 의원들과 교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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