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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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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포격과 대화 사이의 시간

다이빙궈-김정일 면담에서 리처드슨 방북까지 대화 조짐 싹트지만

정부는 주변국만 바라보는 처지
등록 2010-12-16 17:29 수정 2020-05-03 04:26

연평도에 북한의 포탄이 날아든 지 3주가 돼간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의 긴장은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있다.
도발을 저지른 북한은 어디로 움직일까? 눈길은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과 지난 12월9일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 쏠렸다. 다이빙궈 위원은 전날에는 북한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강석주 북한 내각 부총리와 회담했다.
중재외교에 나선 중국이 북한에 ‘한반도 긴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하고 6자회담 참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가 오가고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 속 시원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중요한 공동인식에 이르렀다”(중국 ), “조-중 두 나라 호상 관심사로 되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담화가 진행되었다”(북한 )는 보도만 나왔다.
 
중국의 영향력은 어떻게 드러날까

»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12월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기 위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REUTERS

»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12월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기 위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중국이 연평도 포격 뒤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12월 초에 열자고 제안한 만큼, 북한에도 같은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도 면담에 배석했다. 한·미·일이 반대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조성된 한반도 긴장 속에서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 확대와 일본의 군비 확장 등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뜻이 없는 상태에서, 2008년 12월 제6차 회담 뒤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는 등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평도 포격 나흘 뒤인 지난 11월27일 방한한 다이빙궈 위원의 방북이 늦어진 것도 북한과 중국 사이의 사전 조율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여전히 연평도 포격에 대해 남한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난 미국 외교전문에서 밝혀졌듯, 중국도 북한을 제멋대로 행동하는 ‘말썽꾸러기 어린아이’로 여길 만큼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2월14~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커트 캠벨 국부무 동아태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 미국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하는 미-중 고위급 협의가 열린다. 내년 1월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오는 12월16~20일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완전히 사적인 방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미 국무부는 “방북 전에 면담하고 방북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혀 그를 통해 대북 메시지가 오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무장관 후보에 지명했던 그는 특사 등으로 7차례 방북했고, 이번에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의 초청을 받았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모양새여서, 앞으로 1~2개월 안에 한반도 상황에 전환점이 마련될 여지가 보인다.

 

열쇠를 쥔 북한의 선택

일부에서는 북한이 군사도발로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강경파의 목소리가 위축되면서 대화 국면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현 국면을 어떻게 넘기느냐는 김정은 후계 체제 안정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에도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어찌됐든 현 상황은 북한이 다시 열쇠를 쥐고, 한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국면을 주도하지 못한 채 주변국을 바라만 보는 처지에 놓였다.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지난 12월9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이 어떤 장단을 맞출지 주목된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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