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당대회·2012년 대선 출마 각오 분명히 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인터뷰
▣ 진행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정리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거듭난다. 단련된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달라져 있었다. 5월6일 오후 4시, 인터뷰를 위해 국회의원 회관 720호를 찾았을 때 정 최고위원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후 5시, 인터뷰를 마치고 방을 나올 때에도 거듭 3번 악수를 청했다. 약속이 있다며 함께 의원회관을 나선 뒤에도 기자에게 이런저런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승합차에 오르면서도 다시 2번 손을 내밀었다. 그날 정 최고위원과는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모두 7번 손을 잡았다. 대기업 오너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변신하려는 모습이었다. 서울 동작구에서 벌인 격전이 그를 거듭나게 했을까. 아니면, 7월의 전당대회 때문이었을까.
비주류가 되면 나로서는 섭섭한 일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당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당대표는 당원이나 국민이 볼 때 실세가 되는 게 맞다”고 했다.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힘있는 국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12년에 있을 대선에 출마할 각오도 분명히 했다.
정 최고위원은 요즘 7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위해 전국을 돌며 지지층을 다지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방송(CBS)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4월29~30일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선호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몽준 최고위원은 30.3%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고무적인 결과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정 최고위원은 돌발 질문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공성진 의원(708호 “정몽준 의원, 당권에 뛰어들지 말라”)으로 시작한 한나라당 핵심 인물 연쇄 인터뷰의 두 번째 자리다.
7월 전당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내가 한나라당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훈수 두는 고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자세로 당무와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사실 진작 전국에 있는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인사를 했어야 하는 건데, 어쨌든 한나라당 최고위원이기도 하니까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적어도 한 번씩은 찾아다닐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 출신이다. 정 최고위원도 현대중공업 대주주다. 여당 대표를 맡아도 문제가 없을까.
=현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부분은 나름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나 역시 운이 좋아서 현대중공업 경영에 잠시 참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식 직함이 전혀 없다. 그만둔 지 6년이 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축구협회 회장으로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현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청계천 복원에 성공하는 등 서울시장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특정 기업이나 가정을 챙기는 것은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잘되면 많은 사람들이 잘되고, 그러면 기업도 덩달아 잘되지 않겠나.
전당대회 전망은 어떤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이다. 언론은 나를 중립, 비주류로 분류하던데, 어쨌든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어느 한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당내 세력이 친이, 친박 이렇게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서 참 쉽지가 않다. 정치 현실이 그러니까 거기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렵고 힘이 든다.
본인도 비주류라고 인정하나.
=그 분류가 꼭 맞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면 나는 주류가 되고 싶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토론과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 주류고,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사람은 비주류다. 나는 지금도 한나라당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참여할 의사가 있다. 비주류가 되면 나로서는 섭섭한 일이다.
‘관리형 대표, 당정분리’ 맞지 않아
공성진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대권 도전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당권 도전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공 의원은 대권이 아니라 어디에 관심이 있다고 하나.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관리형 대표도 맞는 말이긴 한데, 이번 당대표는 당원이나 국민이 볼 때 실세가 되는 게 맞다. 실세가 되지 않으면 야당이나 행정부와의 관계 정립이 제대로 되겠나. 국민과 당원, 그리고 야당이 볼 때 한나라당의 명실상부한 ‘대표’가 돼야 한다. (관리형, 실세형) 그런 단어를 언론이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 스스로 관리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성진 의원도 지금 재선이 됐는데, 4선이 되고 5선이 되면 어디에 관심을 두겠나. 누구나 (대선 도전에) 관심은 있는 거다.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사람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줄세우기 등 폐해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지난해 8월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의 여파와 후유증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지 못한 게 있지만, 어쨌든 이번 전당대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전대 자체가 열기를 내뿜는 축제가 돼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서 당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다. 현실은 중요하지만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당의 분위기다. 당은 어디까지나 자유분방한 가운데 개개인의 생명력과 자율성,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지난 정부에서 ‘당정분리’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건 맞지 않는 표현이다. 정당정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우선 정당 구성원들끼리 소통하고 협의하는 것이다. 동시에 여야 의원들끼리도 가능하다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정당이나 국회가 단세포 조직이 아닌 다음에야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다른 의견을 오히려 격려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지도부의 몫이다. 행정부에 대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의회의 기본적 책무가 행정부 견제인 만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칸막이를 없앤 상태에서 다른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당내 일각에서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을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박 전 부의장이 한다면 잘하실 걸로 본다. 대신 누가 대표가 되든 단 하루를 하더라도 당을 좀 힘있게 이끌고 나가야 한다. 대통령제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단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행정부에 부담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의회의 독립성과 역동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주어진 범위 안에서 행정부와 여야가 모두 제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 내려왔으니 올라갈 것
박 전 부의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대통령과) 가깝다고 해서 독립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 역시 단임제 대통령인데 스스로 말했듯 그 다음 대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지난 네 명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에 탈당했는데,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 정신대로 하면 되지 않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어떻게 보나.
=내려왔으니 올라갈 것으로 본다.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만큼 신속하게 바뀌는 게 없으니 일부 실망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도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걸 감안해주면 좋겠지만, 어쨌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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