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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다, “~여도 ~아니다” 괴담

등록 2008-02-29 00:00 수정 2020-05-03 04:25

한승수의 꼬리 무는 의혹들… “투기는 하지 않았지만” 시세차익은 얻었고, “병역 특혜는 없었지만” 양해는 구했다?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2월21일 끝났다. 제기된 의혹은 많았고 해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의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도 불거졌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현대슈퍼빌, 분양권 전매+공직자윤리법 위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인생의 가치를 명예에 두고 평생 살았다”며 “나나 처나 교육자로서 우리는 제자들에게 모범적인 ‘롤모델’이 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인생에서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둬들인 시세차익은 상당했다(표 참조). 한 후보자 본인이 공개한 부동산 매매 내역과 재산신고서 등을 참고하면, 그동안 실현한 시세차익은 17억원 이상이다. 대부분 거주 목적과 상관없이 이뤄진 부동산 매매였다. 아직 팔지 않은 부동산의 가격 상승분은 제외했다.

게다가 이는 한 후보자가 밝힌 매각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해낸 것이다. 통상적으로 세무당국에 매각 금액을 신고할 때, 실제 거래 금액보다 적게 신고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실현한 차익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한 후보자가 생산적 노동 없이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인 수입이 낮춰잡아도 1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한 후보자는 1982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50평형 미성아파트를 8418만원에 취득했다. 1996년 4월 이를 매각할 때의 금액은 4억원이었다. 3억1582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송파구 방이동 땅의 경우 1988년 1억4296만원에 사서 2001년 5억9124만원에 팔았다. 4억828만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건물은 2003년 17억6600만원에 판 것으로 신고했다. 1981년 취득 당시 금액은 알 수 없다. 다만 1993년 한 후보자가 처음으로 재산을 신고할 때 이 건물의 공시지가는 10억328만원이었다. 이 건물의 매매를 통해 얻은 시세차익은 아무리 작게 잡아도 7억6272만원 이상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초동 현대슈퍼빌 매매다. 한 후보자의 부인 홍소자씨는 2001년 10월 현대슈퍼빌의 분양권을 6억650만원에 사들였다. 홍씨는 이를 1년8개월 만에 7억9150만원에 되팔았다. 분양권 전매를 통해 1억85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후보자는 2001년 슈퍼빌 분양권을 취득한 사실을 2002년 공직자재산신고 당시 밝히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번에 국무위원으로 내정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 등이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 상가 분양권까지 모두 신고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 후보자 쪽 관계자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비서실에서는 재산신고에 누락된 내역에 대해서는 미처 파악할 경황이 없었다”면서도 “후보자가 현대슈퍼빌에 입주하지는 않고 분양권 형태로 갖고 있다가 팔아서 빠뜨린 것 같은데,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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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1억원, 2008년에도 21억원

부동산 시세차익 등과 관련해, 한 후보자의 재산 변동 내역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한 후보자는 1993년 최초 재산신고 당시 21억여원을 신고했다. 그렇지만 한 후보자는 이번에 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1993년과 똑같이 21억여원을 신고했다. 그동안 부동산 매매로 최소 17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은 물론, 매년 많게는 2억원 가까운 소득을 올렸음에도 재산 상태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서갑원 통합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부동산 매매로 얻은 시세차익과 한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얻은 수입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라며 “아들에게 편법으로 증여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한 후보자가 좀더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수 후보자 본인과 아들 상준씨의 병역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한 후보자의 경우 군 복무 중 대학 및 대학원에 계속 재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 후보자는 1957년 연세대 3학년을 마친 뒤 1958년 7월 육군 장교로 입대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59년 장교 생활을 하며 대학에 복학했다. 이어 1960년 대학을 졸업했고, 1961년에는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역시 군 복무 중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1959년 11월부터 1960년 6월까지 병원에 입원을 했다. 결과적으로 1959년 11월부터 1960년 3월까지는 군에서 병원 생활을 하며 연세대를 다닌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웰빙 복무’라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나처럼 대학 학점을 따는 군인들이 많았다”며 “특혜는 없었지만 군으로부터 양해는 받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투기는 하지 않았지만’ 시세차익은 얻었고, 병역 문제는 ‘특혜는 없었지만 양해는 구했다’는 논리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들 상준씨의 병역 문제도 깔끔하지는 않다. 상준씨는 2001년 3월부터 2005년 9월까지 병역특례 전문요원으로 머스타드씨드기술연구소와 LG CNS 등에서 근무했다. 병무청이 김영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상준씨의 국외여행허가서를 보면 이 기간에 그는 열네 차례에 걸쳐 모두 242일간 해외에 체류했다. 이 가운데 아홉 차례가 회사 업무로 인한 출장이었고, 다섯 차례는 신혼여행과 여행 등 개인적인 용무였다.

대물림해주는 ‘웰빙 복무’

LG CNS 등에서는 “한상준씨의 영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외 출장 업무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병무청이 제출한 국외여행허가서를 보면 아홉 차례의 업무 목적 출장 중 영어권 국가는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단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프랑스와 중국, 멕시코 등 비영어권 국가였다.

2003년 2월의 미국행과 2005년 4월 괌 여행 당시에는 골프채를 지니고 출국한 사실도 눈총을 사고 있다. 한 후보자는 물론 아들까지 ‘웰빙 복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영주 의원은 “혹한에서 군복무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아들이 해외 출장 및 여행을 가면서 골프채를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이 역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원래 아들이 골프를 좋아한다”며 “내가 보기에 휴가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5년과 참여정부 5년을 거치며 공직자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 한 후보자의 해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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