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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1%, 민주노동당은 지켰다

등록 2006-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유일하게 지방선거 여성후보 30%대 할당했지만 보조금은 3600만원에 불과… 기초·광역 의원의 5% 넘은 한나라당은 7억8천만원 받아가 또 다른 차별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다 아는 것처럼 대한민국 절반은 여성이다. 2004년 통계청 인구조사에서 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101.6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치권력은 철저히 남성들의 몫이다.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같은 해 13%에 불과했다. 특히 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 의원의 여성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은 2.14%에 불과하다. 남녀 성비에 따른 정치권력 분점률을 계량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복잡한 함수를 풀어내는 문제다. 그렇지만 적어도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여성 진출 비율로만 따진다면 정치권력에서 여성의 몫은 기껏 2.14~13%에 불과한 셈이다.

기초의원 비례 후보자는 무려 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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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5·31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들의 몫이 커졌다. 여성 후보자 비율이 11.55%로, 당선자도 2002년에 비해 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공천 비리와 잡음으로 얼룩지면서 한층 더 국민적 무관심과 냉소를 빚어내고 있지만 나름대로 정치가 진화한 것이다.

전체 여성 후보자의 비율이 이만큼이라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공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정당들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후보 30% 할당’ 약속을 지켰다. 울산광역시장 후보에 노옥희 당 중앙위원을 내보낸 것을 비롯해 총 802명의 후보 가운데 280명이 여성이다. 34.91%에 이른다. 기초의원 비례와 광역의원 비례 여성 후보자는 각각 84.25%와 61.9%에 달한다.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당 차원의 뒷받침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수치가 가능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7월 중앙위원회에서 5·31 지방선거 방침으로 지역구 선출직 후보에게 여성 20% 강제 할당제와 30% 이상 달성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결정했다. 여성 할당제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엔 다른 남성 후보까지 인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조치였다. 여성 후보 양성도 병행됐다. 중앙당 차원에서 2004년부터 매년 10월에 여성정치학교를 두 차례 개최했고, 광역단위별로 지방여성 정치학교와 여성후보학교를 진행해왔다. 일찍이 2002년 비례후보 50% 할당제를 시행한 것은 결국 법제화되면서 다른 당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5·31여성희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 노인 부양하기 등 생활과 밀접한 지방정치 의제들이 여성에게 더 쉽게 피부에 와닿는다. 꼭 여성만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더 청렴하고 섬세한 여성 후보자들이 지방정치에서 더 잘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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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여성 후보 30% 할당을 지키진 못했지만 한나라당은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에 33명의 여성을 내보냈다. 머릿수뿐만 아니라 비율로도 정당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기초·광역 의원에서 여성 후보의 비율이 각각 5%가 넘어 7억8천여만원의 여성후보추천보조금을 탔다. 열린우리당은 지역구 기초의원에서만 여성 비율이 5%가 넘어 2억6400여만원을 받았다.

열린우리당 기초의원에서만 5% 넘어

지역구 기초·광역 의원에 가장 많은 145명의 여성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여성의 정치 진출을 북돋우려는 여성후보추천보조금제에서 소수정당의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 몸집이 큰 정당에 비례해 돈이 많이 가도록 법이 만들어진 탓에 지역구 기초의원이 거의 15%에 이르는데도 불과 36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차별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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