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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입법 임시국회 참여한다”

등록 2004-12-11 00:00 수정 2020-05-03 04:23

[인터뷰 |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2007년 대선 연립정부 구성 여부는 당원투표 사안… 신행정수도 대안 위해 중앙부처 전국분산을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다른 정당과 단일 후보를 낼 가능성과 관련해 “당의 구조와 현실로 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큰 행보로서의 정치적 행위가 요구받을 수는 있다”고 ‘거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4대 입법 처리를 위한 연말 임시국회 문제에 대해 “어느 한 정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법이므로 임시국회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2월6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김 대표를 12월2일 중앙당사에서 만났다.

-대표 취임 6개월 동안 이룬 가장 큰 업적으로 무엇을 꼽으면 좋겠나.
=우리 당 국회의원 10명이 국정감사에서 모두 상위권 평가를 받았다. 당 차원에선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전당대회 때 내가 공약했는데, 그 정신대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당내 위원회를 만들었다. 특히 여성정치학교에 500여명의 수강생이 모이는 성황을 이뤘다.

지난 7월 지금의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라크 파병 철회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평화의 정당임을 알린 것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대표가 직접 한 일을 내세우지 않는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웃음) 그렇다면 다 제가 관여한 일로도 볼 수 있죠. (배석한 홍승하 대변인이 이 대목에 끼어들면서 “대표님께서 한여름에 파병 철회 요구 단식을 하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시기도 했다”고 상기시킴. 이에 김 대표는 다시 웃으면서) 그건 업적이 아니다. 끝까지 해서 막았어야 하는데 못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대표께서 단식을 하다 쓰러진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그 밖엔 대중적으로 기억되는 일이 별로 없다.
=우리 당은 당직과 공직(의원직 등)을 분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의원들의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에서, 원외 활동을 열심히 해도 국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되는 측면은 적다. 그러나 당은 언론의 플래시가 많이 비춰지는 활동보다는 노동자·농민·국민이 필요로 하는 현장 구석구석을 많이 다니려 했다.

당 지도부의 조용한 내실 다지기

-의원들의 활동이 부각되고 당 지도부는 묻히는 경향이 문제가 아닌가.
=지도 체계가 2원화된 듯하지만 내부 구조는 단일화돼 있다. 즉, 최고위원회의에 의원단 대표가 들어와 함께하고 있다. 당 대표가 자주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적으로 강화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해찬 국무총리 인준 동의 투표 당시 최고위원회는 ‘반대’ 의견을, 의원단은 ‘찬성’ 의견으로 엇갈렸다가 결국 최고위원회 의견이 관철됐는데.
=당시 조금 예민하긴 했다. 그러나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 토론 끝에 제가 의견을 하나로 정리했다. 이 총리가 나름대로 올곧게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있음에도 이라크 파병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파병을 반대하는 정당으로서 그 정부의 총리 인준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이 총리도 취임한 지 몇달이 지났다. 이 총리의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해보면.
=이 총리가 얼마 전 국회에서 한 발언(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답한 것)을 두고 속 시원하다고 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총리는 국민 전체를 놓고 살림을 하는 자리다. 집안으로 비유하면 총리는 어머니와 같다. 대통령은 밖에 나가 외교를 함으로써 일종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총리는 안방에서 나라 살림을 하는 역할 분담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볼 때 이 총리가 원만하게 나가기보다는 너무 각이 지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한테 편안하게 살림해주는 총리가 되면 좋겠다. (야당 의원이) 총리한테 하는 질의도 살림 잘하느냐를 물어야지 총리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같이 쓸데없는 것을 물어선 안 된다.

-당의 정책연구기관인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에 장상환 교수가 최근 인선됐다. 인선 배경은(당시 민주노동당의 여러 내부 정파를 대변해 평등파는 장상환 교수, 자주파는 강정구 교수, 대안연대 계열은 조돈문 교수를 지지했음).
=모두 훌륭한 자격을 갖춘 세분이 추천되어 최종적으로 투표를 거쳤다. 추천 기준으로는 당 활동을 오래 한 분, 당의 공약과 정책 방향에 밝은 분 등이 있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장 교수님은 진주에 있는 경상대가 직장임에도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회의를 위해 올라오시고, 그 이전 ‘국민승리21’ 때부터 정책활동을 많이 한 분이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평등과 자주라는 두 이념을 추구하는데 이 가운데 평등한 경제 구조를 만드는 문제에서는 아무래도 경제학자가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많이 작용했다.

-자주와 평등의 두 가치 가운데 일단 경제사회적 평등 문제가 좀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우리 경제에서 올바른 나눔의 구조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민중의 삶 문제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었다. 민족 문제를 물론 중시하지만 우선 80%가 넘는 민중의 문제를 기피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세웠다.

왜 공무원 노조 파업을 지지했는가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후속 대책 문제가 현안이다. 국회에선 후속 대책 특위도 곧 구성한다. 민주노동당의 당론은.
=12월 중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도 충청권 당원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다른 지역에선 통일조국이라는 장기적 안목을 들며, 충청권으로 가는 게 맞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컨대 공주·연기라는 지역을 특정함으로써 땅투기가 일어나도록 하는 방식은 무책임하다.

-열린우리당은 “공주·연기를 지정한 것 자체는 불변이다. 뭐가 가더라도 그곳에 간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 방식에 반대한다는 뜻인가.
=신행정수도 대안이라고 해서 이름만 바꾸고 내용을 조금 축소해서 옮겨가는 방식, 그리고 무조건 공주·연기를 정해놓고 행정수도 비슷한 개념으로 옮겨가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국회와 청와대를 다 옮기는 방식을 주장했는데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우리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행정기관을 옮겨 자율적으로 지방분권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산이나 울산 같은 해양도시에 해양수산부가 있어야 하는 식이다. 수도 서울 같은 또 하나의 집합체를 만드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전국 여러 시·도에 중앙부처를 분산시키는 모델을 염두에 두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처럼 서울과 같은 규모를 집중시키는 것(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또 다른 집중 문제를 낳는)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래 여론조사 결과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조금 하락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당도 함께 하락하고 무당층이 훨씬 많아지는 추세다. 민중경제가 어려운데 정쟁만 하는 데 따른 결과로 본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당은 공무원노조의 행동을 지지한 점을 이해하지 못한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가 공무원노조를 지지한 이유를 제대로 알려야 했는데 그런 작업이 미흡했다. 부정부패와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공무원 노동자들도 노동기본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공무원노조가 노동3권을 가져야 한다는 명분에 찬성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번 파업의 시기와 방법이 적절했느냐라는 의문이 일부 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정치적 구심’으로서 전략을 조정·지도할 여지는 없었나.
=당이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파업 찬반투표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민주적인 강경 탄압을 했다. 또 별로 먹을 게 없이 가시뿐인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내놓고, 노조의 요구에도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대화를 권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노조가 선택한 방법이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였다. 그렇게 노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노조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려고 3부 요인과 정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 민주노동당은 불참했다. 불참한 이유는 당이 이미 발표했다. 만약 갔다면 노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노 대통령이 외국에 다니면서 ‘노동귀족’이니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어느 시대 이야기냐. 내가 울산·인천 등의 노동현장을 최근에 다녀왔다. 그곳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옛날에 노동인권 변호사 할 때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노동자들을 분리시키는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

집권전략위원회 내년 2월 가시화

-열린우리당은 9일로 정기국회가 끝난 뒤 4대 입법 처리를 위해 연말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한다.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대 입법은 어느 한 정당을 위해 있는 게 아니고 전체 나라를 위한 법안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대표의 전당대회 당시 으뜸 공약인 ‘2012년 집권전략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내년 1월30일이 창당 5주년이며 2월에는 전당대회가 있는데, 그것을 맞아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공하는 일환으로 준비 중이다. 현재 5주년 준비위원회가 가동 중인데 5주년 계획과 함께 집권전략위원회도 그 시기에 구성할 것이다.

-목표는 여전히 2012년 집권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당원 동지 가운데는 ‘왜 2012년까지 가느냐’ ‘2007년에도 집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중앙위원회에서 심각하게 토론한 결과 (집권 목표가) 2007년이 될 수도 있고 2012년이 될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2012년을 빼고 그냥 ‘집권전략위원회’로 부르기로 했다.

-대표로서는 2007년과 2012년 가운데 어느 목표가 좀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나.
=2012년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6만 당원인데 그것이 내년에 10만명을 거쳐 100만 당원이 될 때 집권할 수 있다. 100만 당원이 되려면 2012년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나온다.

-그 중간에 2007년 대선이 있다. 유럽의 진보정당은 다른 중도정당과 연립해서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예가 흔하다(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다른 정당과 연합해 단일 후보를 내고 승리해 연합정부에 참여하는 방식). 우리나라에서 그럴 가능성은.

=지난 대선 때도 ‘민주노동당이 독자적으로 대통령을 낼 형편이 아니지 않으냐’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당원들이 좀 있었다. 반면 이런 주장에 완강하게 화를 내면서 ‘말도 안 된다. 진보정당으로서 연립할 다른 정당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저희로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강령이나 이념은 지도부 몇 사람이 좌지우지해서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당원들이 모두 진성당원이며 분회장까지 투표로 뽑는 게 우리 당 구조이다. 만일 연립정부 문제가 나오게 되면 당원들이 얼마큼 받아들일지를 다 물어야 한다. 그래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정말로 민주와 통일을 할 수 있는 통일 대통령, 그리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갖고 나서야 하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당은 그런 사람을 키울 수 있지만 다른 당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표를 겪어보니…

-민주노동당이 연립할 상대 정당이 아예 없다는 논자들은 그런 주장은 아예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말도 꺼내선 안 되는 건지 아니면 가능성을 열고 검토는 할 수 있는 건지.
=내가 대표지만 지금 열어놓는다 안 된다를 단정하긴 어렵다. 어쨌든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세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우리 생각대로 현실화할 수 있는 뭐가 된다면 그런 큰 행보로서의 정치적 행위를 요구받을 수도 있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구조와 현실적 입장에선 그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여성 지도자로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겪어보면.
=만나면 참 부드럽다. 무슨 이야기든 같이 대화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사람을 내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출발이 달랐기 때문에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를테면 나는 가난한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금세 알아듣지만 대신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웃음) 반면 박 대표는 ‘잘되어 있는데 왜 너희들은 시끄럽게 하느냐. 나라 망칠 위험한 존재 아니냐’라고 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의 차이를 없애는 게 필요한데 이게 쉬울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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