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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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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 민주 세력이 당을 이끌어야”

등록 2004-04-22 00:00 수정 2020-05-03 04:23

우리당 전대협 세대 맏형 격인 이인영 당선자…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한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이인영 당선자(39·서울 구로갑·열린우리당)는 4월17일 기자와 만나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을 버리면 더 이상 전대협이 아니다”라며 “전대협 세대가 열린우리당으로 우회하지만 민주노동당과 함께 우리 사회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냈으며, 사회에 진출한 뒤로도 전대협 출신자들 사이에서 ‘맏형’ 노릇을 해왔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해 낙선했다가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출 기회를 얻었다.

기자에게 편집권 돌려줘야

-전대협 세대가 다수 국회에 진출하게 됐다. 그 의미는?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세대가 지금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연령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했다. 운동 경험을 넘어 국가와 사회 경영의 일익을 담당할 능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우리를 용공급진 세력이라고 여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했다. 전대협 세대는 기업 전문경영인이나 행정관료에게 뒤지지 않는 역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다.

-전대협 세대가 지닌 역사성이란?

=예를 들어 과거 우리가 주장했던 ‘따뜻한 시장’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들이 자유경쟁과 적자생존 논리가 지배하는 단순한 시장 개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생공존하는 시장원리를 기대한다고 생각한다. 전문직업인 출신들의 우수한 재능도 중요하지만, 역사는 ‘진지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은.

=반대한다. 이미 파병된 부대도 문제가 되면 조속히 철군시켜야 한다. 앞으로 6~7개월만 슬기롭게 잘 대처해나가면 미국의 대통령선거 등으로 새로운 정세가 열리지 않겠나.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에는 야당이 과반수를 점한 국회와 미국의 눈치를 보았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평화개혁세력이 국회의 다수가 되었으니 좀더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다. 정통성을 우리 사회 내부에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에 관한 견해는?

=사주의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등이 필요하다. 편집국장 직선제 등을 도입해 (사주가 지닌) 편집권을 기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사주가 편집권과 인사권을 장악한 것이 불공정·왜곡 보도의 근원 중 하나이다.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잡탕이라는 견해도 있다.

=구체제와 급진적 자유주의, 민족·민주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구체제는 노심(盧心), 권력, 당권 따위를 추종하는 경향을 말한다. 급진적 자유주의는 행태는 급진적인데 철학은 자유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민족·민주 세력이 주도하는 열린우리당이 돼야 하며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대협 세대를 포함해 50~60명의 현역 의원들이 그 주축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도부에는 국가보안법과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을 우선적 과제로 여기지 않는 듯한 기류가 있다.

=우선적인 과제는 아니라도 차선의 과제라고 하면 괜찮다. 그러나 차순위도 아니라면 그건 곤란하다. 국가보안법은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6월항쟁 20주년, 영화 만들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복권된다고 전제할 때, 이후 국정 기조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상대하는 것처럼, 대통령 입장에서 여야와 적절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이라크 파병 같은 문제는 때론 여당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정치의 연장에서 무원칙적으로 야당의 주장을 끌어안는다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이 조용히 있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의정활동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는 6월항쟁 세대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의원 임기 중인 2007년에 6월항쟁 20주년이 되는데 그때에 맞춰 광주항쟁에서 6월항쟁까지를 아우르는 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다. 많은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 못지않게 기뻐하는 시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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