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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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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할수록 서프라이즈!

등록 2004-04-15 00:00 수정 2020-05-03 04:23

개인 홈페이지에서 정치비평 사이트로 도약… 장기적 수익모델 찾고 보도 기능까지 갖출 계획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인터넷 선거의 비중이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아졌다. 이로써 인터넷은 국민들의 정치참여 통로로 분명하게 자리잡았다.”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본부 최민식 실장의 말이다. 그 이유는 탄핵 때문이라고 했다. 탄핵안 발의 뒤인 3월6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들어진 카페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가 회원 수 10만명(4월9일 현재)을 잠깐 만에 넘기는 등 총선 국면의 초반 바람이 주로 인터넷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진영의 헤드뱅크?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대표 논객들이 모인 사이트로 꼽히는 서프라이즈(seoprise.com)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탄핵 반대에 가세한 시민들, 그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지운동에 참여한 네티즌들에게 이론적 토대를 톡톡히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개혁 네티즌들 사이에선 오마이뉴스에서 정보를 얻고 서프라이즈를 통해 논리를 무장하며 정치 패러디 사이트인 미디어몹이나 라이브이즈닷컴에서 ‘즐기는’ 행동 패턴이 정착됐다”고 말했다.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이와 관련해 “3·12 탄핵안 가결 뒤 딴지일보와 함께 100만인 촛불집회를 앞장서 제안해 운동의 물꼬를 잡아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서프라이즈 토론방에서 할 일을 찾다 열린우리당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사람들도 꽤 나왔다고 한다. 선거전 종반에는 20, 30대 유권자의 투표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특별 이벤트 행사를 개최했다. “단 한줄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카피” 등을 777만원어치 경품을 내걸고 공모한 것이다.

이런저런 결과에다 ‘총선 특수’까지 겹쳐 서프라이즈는 국내 모든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페이지뷰 90위(4월9일 현재, 인터넷 평가전문 사이트인 랭키닷컴 분석)로 껑충 뛰어올랐다. 디지털조선일보가 18위, 오마이뉴스가 27위, 인터넷한겨레가 45위인 점에 비춰볼 때 정치와 언론 비평에만 집중하는 사이트가 여기에 이른 것은 대단한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는 2002년 10월14일 국민일보 기자인 서영석씨의 개인 홈페이지 성격으로 문을 연 뒤 진화를 거듭해왔다. 노 대통령 진영에 이렇다 할 학자군 또는 이데올로그 집단이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이 사이트가 의외로 그 역할을 ‘전취’하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도 즐겨 접속하며, 사이트에서 제기한 개념을 종종 연설 등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30억원 매출 계획

이러한 서프라이즈가 총선 이후를 길게 내다봐야 한다면서 수익 모델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회를 서프라이즈 사이트에서 하거나, 또는 의정보고회를 서프라이즈가 중계해주는 등의 형태로 총선 출마자들과 연간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국회의원이 홈페이지를 운영해도 접속자가 거의 없는 반면에 서프라이즈는 하루 평균 13만명이, 그것도 열린우리당 지지자 중심으로 방문하는 점이 정치인에게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프라이즈는 연내에 의원 100명과 계약해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서프라이즈도 주식회사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 논리에 따라 영리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생활인의 정치참여라는 모토를 유지하되, 이를 위해서도 재생산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서 대표는 밝혔다.

서프라이즈는 서 대표와 영업 4명, 경리 1명, 편집 2명 등 현재 8명인 인원도 좀더 늘릴 계획이다. 언론사 부장급을 편집국장으로 스카우트하고, 자체 취재 기자도 몇명 두어 비평뿐 아니라 보도 기능도 갖추겠다고 한다. 1인 홈페이지에서 몇몇 동호인 사이트 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 단계에 들어간 서프라이즈, 그 실험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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