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나라’ 미국이 차별로 갈라지고 있다. 차별로 빚어진 갈등은 균열을 넘어 충돌을 낳고 있다.
5월25일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 동안 짓눌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란 구호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BLM’으로 상징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미국 안팎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의 사람들에게 ‘나도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는’ 이슈인 탓이다.
백인 노동자의 차별적 이기심을 자극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차별과 갈등’을 부추긴다. 그는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총 7발을 쏴 불구로 만든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국내 테러’라고 비난했다. 또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해 “자기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쌌다. 이에 더해 연방 산하 기구들이 진행하는 인종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을 ‘반미국적인 정치적 선동’이라며 예산 투입 중단을 지시했다.
최고권력자의 노골적인 부추김에 힘을 얻은 백인우월주의자와 극우단체 회원들은 거리와 광장으로 나섰다. 방탄조끼와 헬멧·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공격해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갈등 부추기기’ 전략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의 분석에 따르면, 미시간과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애리조나 등 대선 승패를 가를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극적으로 좁혀가고 있다.
사진 로이터·AP·AFP,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