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신문 한 장을 읽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30일. 이랜드 그룹이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며 계약 해지를 한 데 맞서 비정규직 ‘아줌마 조합원’들이 홈에버 서울 상암점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애초 1박2일 계획이었다. 조합원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갈 수 없다”며 20일을 버텼다. 출구는 쉬 보이지 않았다. 조합원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고소·고발당하고, 300억원 가까운 소송을 당했다. 막막한 살림 걱정에 한없이 느린 탄식도 이어졌다.
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직 싸움에 몸을 던졌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해고돼 받은 퇴직금 7천만원을 투쟁비로 내놓았다. 그렇게 500여 일을 싸웠다.
2007년 6월10일. 이랜드 계열 유통업체인 뉴코아아울렛·킴스클럽·홈에버(옛 까르푸) 노조원 1700여 명이 계산원 업무를 아웃소싱하려는 회사 방침에 항의해 하루 동안 파업을 벌였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08년 11월14일 저녁. 이랜드노조는 홈플러스 서울 월드컵점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마지막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전날엔 홈플러스 본점에서 파업 종결을 선언한 뒤 노사합의문 조인식도 했다. 추가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고용 보장 등을 약속받았지만 김 위원장 등 핵심 간부 12명은 회사의 거부로 복직하지 못했다. 황선영 월드컵분회장 직무대행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지막 투쟁문화제에서 김경욱 위원장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들 강민군의 수줍은 미소는 환했다.
510일의 파업은 긴 시간이었다. 어느덧 신문지는 노랗게 색이 변하고 부풀어올랐다. 그 낡은 사진기사 속으로 손을 내밀어본다. 만져보라! 아직 따뜻하다.
2007년 7월9일.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 점거농성 10일째인 이날 한 아이가 유치원을 끝내고 엄마와 함께 농성장에서 놀고 있다. 엄마는 “당장 7월치 월급이 없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2007년 7월5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중단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엿새째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 한겨레 이종근 기자
2007년 7월17일. 김경욱(오른쪽)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과 오상흔 홈에버 사장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지방노동청 관악지청에서 서로 등을 돌린 채 교섭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2007년 7월20일. 뉴코아 강남점의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매장에서 경찰들에 끌려나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07년 7월20일.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 점거농성에 대한 경찰 진압으로 연행되는 노동자에게 동료가 건강을 당부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2007년 7월29일. 새벽 2시10분께 뉴코아와 이랜드 조합원 200여 명과 민주노동당원, 다함께 등 연대 단체 회원, 학생 등 150여 명이 뉴코아 강남점을 기습 점거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07년 10월1일. 뉴코아 조합원들이 서울지방노동청장실을 점거해 이랜드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2007년 10월23일. 뉴코아 조합원인 박아무개씨가 서울 서강대교 북단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탑에 올라가 이랜드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구속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사진 한겨레·글=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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