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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씨, 맨발 빼곤 같아요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운동화 몇 켤레 외엔 변한 것 없는 엄기봉씨의 일상…어둔한 아들과 귀 어두운 어머니,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네

▣ 서산=사진·글 최소정

“넌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단다. 하나님께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드셨단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 포레스트의 어머니가)

서산의 포레스트 검프라 불리는 엄기봉(43)씨는 어렸을 때 열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전신지체 1급 장애를 갖고 있다.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그는 2002년 마라톤 하프코스 21km를 완주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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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기봉씨를 처음 본 것은 2003년 <인간극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맨발의 기봉씨’라는 제목으로 그의 얘기가 방영됐을 때이다.

2005년 9월 사진을 찍기 위해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에 있는 그의 집을 처음 방문했다. 기봉씨는 사람과 카메라를 무척 반겼다. 기봉씨의 얼굴은 TV 속에서 환하게 웃던 때와 다를 바 없다. 텔레비전에 나간 뒤 변한 게 있다면 이제는 맨발로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봉씨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기봉씨는 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기봉씨는 TV에 등장했던 자신을 연방 자랑한다.

기봉씨는 내게 “겨울에도 오느냐”고 물었다. 이유는 하얗게 눈이 내린 벌판에서 엄마와 같이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얀 눈밭에서는 사진이 잘 나온단다. 83살의 노모를 모시는 기봉씨는 어머니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아들이다.

어머니 김동순(83)씨는 2남3녀를 두었지만 젊어서 남편을 잃고 2년 전 큰아들을 잃었다. 요즘은 노환 때문에 기봉씨와 같이 있는 날보다 딸들의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동안 기봉씨는 밥과 모든 집안일을 혼자 해낸다.

기봉씨는 오랜만에 오신 어머니가 반갑다. 어머니는 귀가 어두워 의사소통이 어렵다. 그리고 기봉씨는 말이 둔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아들은 어머니를 보살피며 이렇게 살고 있다.

4월26일 기봉씨를 소재로 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개봉됐고 기봉씨는 4월29일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청와대로 초청됐다. 기봉씨는 다시,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이 사진은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에 개설된 ‘다큐멘터리사진’(담당교수 김정임)을 수강한 최소정(3학년)씨의 최종프로젝트로 제출된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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