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의 안남 어머니학교는 한글 공부 중
논밭에 비내린 날, 받아쓰기 수업도 홀가분하네
▣ 옥천=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못 배운 이유는 많았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전쟁이 터져서, 집안이 가난해서, 여자가 배우면 드세진다는 완고한 부모님 때문에….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어머니들이 한글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사무소 2층에 개설된 안남 어머니학교. 2003년에 옥천에서 농민운동을 하던 송윤섭씨가 지역사회 생활운동의 하나로 설립한 이 학교는 매년 50여 명이 들어와서 수학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난 2004년 국회에서 전국문예교육협회가 주최한 한글날 글쓰기대회에서 7명이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해는 70명이 입학해 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금요일은 면사무소 2층이 어머니들로 꽉 들어찰 정도다.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화요일 오전, 궂은 날씨와는 달리 교실에 모인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날씨가 맑으면 들에서 일해야 하는 어머니들은 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비가 오면 기분이 홀가분하다고 한다. 오늘은 받아쓰기가 있는 날. 소리와 다르게 표기하는 글씨가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받침 있는 글자는 더욱더 헛갈리지만 한 글자씩 손 마디마다 힘을 주며 꾹꾹 눌러쓴다.
같이 생활하는 쌍둥이 손녀들 때문에 이곳에 나왔다는 김옥자(66) 할머니는 받아쓰기한 공책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옥천에 나가면 웬만한 간판을 다 읽을 수 있으니까 ‘아! 여기가 거기구나’ 하고 알겠어. 세상이 확 트이는 거 같더라고. 더도 덜도 말고 내 맘속에 있는 걸 자식들한테 편지로 옮겨쓸 정도로만 배우면 족해.”
어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용기가 작지만 큰 희망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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