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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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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발 인생이여

등록 2006-03-10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올 한올의 정성으로 탈모의 애환 풀어주는 가발공장 사장 최원희씨
30cm 근거리에서도 눈치챌 수 없는 명품, 10만 번의 손길로 만든다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위 하나에 운명을 걸고 33년 만에 이용(理容) 부문 최고의 실력에 빛나는 ’기능장’ 자리에 오른 ‘대머리 기능장’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인생’을 만났다.

‘최원프리모’(www.freemo.co.kr)의 최원희(52·대구 달서구 송현동) 사장은 이발사에서 가발공장 사장으로 변신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대 초반부터 탈모를 경험한 최 사장은 점점 늘어가는 자신의 대머리 면적을 가리기 위해 가발을 사서 착용했으나 모두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직접 가발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동안 구입한 가발의 장점만 취합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머리의 ‘슬픈 애환’은 대머리가 아닌 사람은 모릅니다. 정말 떨어지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죠. 남들이 흔히 뽑는 새치와 흰머리도 우리는 절대 뽑지 않습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감을 때도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릅니다. 탈모가 지속돼 결국 대머리가 됐을 때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죠.”

탈모증으로 고민하다 자살을 시도한 한 여고생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하는 최원희 사장. 그는 양복을 입고도 모자를 써야만 했던 슬픈 고뇌와 한숨을 머리숱이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대머리가 아닌 가발점 사장이 대머리의 애환을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하는 단점에 주시하고 자신이 직접 실험 대상이 됐다. 그는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30cm의 근거리에서 봐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가발을 개발했다.

“너무 진짜 같다”는 주위의 칭찬. 그는 아예 이용소의 문을 닫고 가발회사를 만들었다. 고급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하다’는 가발 철학으로 자신의 대머리를 밑천 삼아 만들기 시작한 가발이 성공을 안겨다준 것이다.

가발 착용시 가모와 이마가 닿는 경계선의 표시가 뚜렷하다는 것이 기존 가발의 최대 단점. 이마와 머리카락이 맞닿으며 생기는 경계선은 인모(人毛)일 경우 M자형으로 나타나지만 가발 착용시엔 대부분 일(一)자로 나타난다. 두피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인모와 인위적으로 만든 가발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한 일.

한 개의 가모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약 20일 정도. 망채에 인공모를 일일이 묶는 ‘수작업’(위밍묶음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만 번 이상의 손길이 가야 가발 한 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 사장은 가모를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빛나는 대머리’의 약점을 극복하고 ‘명장’이 된 그는 오늘도 수십만 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세며 ‘희망의 가발’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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