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금광에서 불법으로 금을 캐는 닌자 광부들
50만명 먹이는 경제축이지만 수은 중독에 노출된 삶은 진흙탕 자체
▣ 사진=자마르·AP, 글·정리=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지금 몽골은 19세기 미국에 비견할 만한 황금광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0만여명의 ‘닌자 광부’들이 남겨진 부스러기 금을 캐거나 줍기 위해 광업소 주변에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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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광부들의 활동은 엄연히 불법이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금광회사의 터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몽골 국가경제의 한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광산촌 인구는 10만명의 닌자 광부와 부양가족을 합치면 50만명에 달한다. 이는 몽골 전체 인구 280만명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금은 연간 약 7t 분량으로 전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하는 닌자 광부들의 노동력이 아니었다면 버려졌을 자원이다. 이 금이 연간 1억달러 정도의 소득을 내며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500달러 수준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천달러로 늘어났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부대 효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 모든 효과들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실상은 다르고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 이들의 삶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국가가 적극적인 단속만 하지 않을 뿐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닌자 광부들이 모여사는 거주지역엔 학교, 병원, 사찰이 없다. 당연히 상하수도 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이 늘 존재한다. 수은으로 금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수은이 땅과 물, 옷, 음식, 사람의 체내에까지 스며들다 보니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부모를 따라온 어린아이들은 오늘도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에서 뛰어놀고 있다. 광부들이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몽골의 대초원지대 곳곳은 상처처럼 구멍이 생기고 있다. 장기적으로 황금광 시대는 몽골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금 열풍’은 1990년대 소비에트의 해체로 공산권의 원조에 기대고 있던 몽골 경제가 덩달아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몽골인들은 공산 체제하에서 무상주택, 무상교육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누려왔지만 민주화와 함께 찾아온 시장경제의 충격 앞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국가경제가 흔들리게 됐다. 몽골 정부는 세계 10대 광물자원 보유국의 이점을 살려 난국을 타개하고자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해 석유와 금광 개발 등에 박차를 가했다.
닌자 광부들은 다른 몽골인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자연을 벗삼아 이동하며 생활하던 유목민의 후예다. 그러나 지금은 진흙탕 속에 인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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