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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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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의 배짱

등록 2006-06-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단 하루, 그것도 사무실에서만 토플 시험 접수를 받겠다는 공고가 접수 하루 전날에 갑작스럽게 났다.
당일 새벽부터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미교육위원단 사무실 앞에는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접수 대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번 시험을 마지막으로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위원회(ETS) 쪽이 기존의 출제 방식을 말하기 능력이 추가된 새로운 방식으로 바꾼다고 밝힌 뒤 점수 하락을 우려한 국내 수험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접수장 일대는 하루 종일 아수라장이었다.

국내 영어시장 규모는 1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영어에 관한 열정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듯하지만, 정작 시험을 주관하는 쪽에서는 응시자를 위한 어떤 편의도 제공하지 않은 채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 한 번 응시에 140달러라는 큰돈을 내고 치르는 시험이지만 ‘싫으면 관둬라’라는 식의 배짱과 전 국민을 영어 광풍으로 몰고 가놓고서 뒷짐만 쥐고 있는 정부가 접수하기 위해 5시간을 기다리는 고통만큼이나 짜증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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