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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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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세포 주사

등록 2004-10-27 15:00 수정 2020-05-02 19: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대체의학에서 세포요법은 체내의 치유 과정을 활성화하고 노화를 억제하며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장기·태아·동물의 배아 등에서 추출한 생(生)세포를 주사해주는 것을 일컫는다. 세포요법은 1931년 스위스의 의사 폴 니한스가 처음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여성환자의 갑상선 수술 과정에서 부갑상선을 손상시켰다. 부갑상선은 혈중 칼슘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칼슘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몸에 경련이 발생한다. 송아지의 부갑상선을 이식하려던 그는 환자가 경련을 일으키자 부갑상선 조직을 갈아서 식염수에 섞어 바로 환자에게 주사했다. 그랬더니 곧바로 경련이 멈추었다.

이런 극적인 경험은 일회적인 해프닝이 아니었다. 장기나 조직 전체를 이식하기보다는 건강한 동물의 세포만을 이식해도 손상된 장기가 치유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니한스가 첫 번째 시술을 한 뒤로 수천명에게 세포요법이 적용됐다. 세포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 가운데는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많이 포함됐다. 윈스턴 처칠, 교황 비오 12세, 일본 천황 히로히토, 아이젠하워 대통령, 드골 대통령, 선박왕 오나시스 등이 세포요법을 시술받았다.

혈구 수혈이나 골수 이식은 인간끼리만 가능하다. 이에 비해 세포요법은 인간의 장기나 태아세포뿐만 아니라 동물의 배아세포도 널리 사용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세포는 양 세포이지만, 돼지 세포가 인간 세포와 더욱 유사해 앞으로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세포요법으로 인한 감염이나 거부반응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신선한 세포들을 냉동 건조해 살균 작업을 하고, 초여과기법으로 세포 표면에 붙어 거부반응을 일으킬지 모르는 단백질을 제거해야 한다. 현재 세포요법에서 사용하는 동물의 조직세포에는 성선(性腺), 부갑상선, 부신, 간, 뇌하수체 등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주입되는 세포는 수용 기관이 특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즉, 부신 세포를 주사하면 부신으로, 콩팥 세포는 콩팥으로, 성선 세포는 성선으로, 간세포는 간으로 간다는 것이다. 세포요법은 노화 방지, 항암 투병력 증강, 강력한 면역 시스템, 왕성한 성생활, 관절염 종식, 심장병 감소, 갱년기 증상, 생리통, 불임, 헤르페스, 만성 기관지염, 조로, 간질, 정신박약, 동맥경화, 다운증후군, 파킨슨병, 간염, 피부 질환 등에 이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포요법이 널리 이뤄지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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