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 확 바뀔 듯… 클린턴 정책 이어받아 '대화' 중심의 외교정책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지금 당신이 대통령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을 운반할 능력이 있다는 명확한 정보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이들 무기가 일본과 이웃 국가들에 실질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미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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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전문가의 다짐, 외교 부활!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위협했을 때 클린턴은 단호하게 움직였다. 나도 똑같은 조처를 취하겠다. 하지만 북한과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중국, 일본 그리고 남한의 입장, 미국의 이해관계, 북한의 경제 상황과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 등을 감안하면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전임 클린턴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을 계승하지 않은 점이다. 클린턴은 사찰관을 (영변) 원자로에 접근시켜 텔레비전 카메라를 갖다 놓았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없어졌다. 부시 행정부는 그(클린턴 행정부가 행해온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받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세계를 더욱 불안전하게 만들었다.”(케리 민주당 후보)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월29일 <cbs>와 가진 대담 내용의 한 토막이다. 여기서 그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북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리라는 점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대의’는 부시와 같을지 모르나 이를 달성하는 방식은 영 딴판이다. 낙관은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에 주재하는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북한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 고위직 관료의 상원 인준 절차 때문에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들의 충원 기간이 몇 개월 걸리는데다,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기간까지 합치면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와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기대와는 달리 빠르게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리 후보의 대북정책 구상은 이런 통념을 뛰어넘는다. 그는 수많은 미국민들이 지켜보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나는 ‘즉각’ 대화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간주한다. 이런 시각 역시 클린턴 행정부의 인식과 같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여유를 부려왔다. 이는 북-미 직접 협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6자회담을 선호한 데서도 쉽게 읽힌다. 부시 행정부는 핵심 국정 어젠다인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등을 감안해 내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일찌감치 사그라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부시는 2004년까지 미사일방어체제를 실전에 배치할 것이라고 공표했으나, 케리는 이를 반대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더구나 케리는 4선의 관록이 붙은 상원의원이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만 19년 동안 활동했다. 그래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취임 초기의 부시에 비하면 그의 학습 기간은 훨씬 짧을 것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워싱턴의 권위 있는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선제적인 전쟁 전략을 맹비난한 바 있다.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는 역사상 가장 오만하면서 어리석은, 무모하고도 이념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당파적인 지지를 얻고, 관련 전문가들을 발탁해 강한 미국을 구축하기 위한 도구로서 ‘동맹’과 ‘외교’를 다시 부활하겠다고 다짐했다.

클린턴 행정부 인사들 똘똘 뭉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페리 프로세스를 가리켜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나온 대북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이는 사실 1994년 1차 핵 위기를 치르면서 겪은 각종 시행착오로부터 나온 고민의 산물이었다. 무관심, 고립 그리고 봉쇄 전략이 모두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북한의 더욱 대담한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더욱 큰 패키지의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케리 후보는 지역별 전문가 10여명의 외교정책 자문단을 구성해 한주에 한번씩 모임을 열고 있다. 케리 후보의 한 측근은 이를 ‘미니 혹은 섀도 국가안보회의(shadow National Security Council)’라고 부른다. 페리 외 눈에 띄는 참모는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새뮤얼 버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는 원래 웨슬리 클라크, 하워드 딘, 존 에드워즈, 조지프 리버먼 등 4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조언을 했으나 케리가 민주당 단일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그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케리 후보의 후원자다. 이 밖에 다른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클린턴 행정부 때의 전직 고위 관료들도 대거 케리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백악관 재탈환을 위해 유례없이 똘똘 뭉치고 있다. 은 3월4일치에서 케리 후보가 지난 20년간 등장한 역대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선을 앞두고 분열됐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유례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 대중에게 케리 후보가 긍정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형 전술 핵무기 개발 비난
케리 역시 대량살상무기 비핵산을 대외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 확산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의심해서는 안 되며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비확산을 막는 방식으로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매우 위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는 부시 행정부가 만들고 있는 지하 벙커 폭파용 소형 전술 핵무기가 새로운 핵개발 경쟁을 불러올 뿐 아니라, 사용이 용이한 핵무기가 결코 미국이나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소형 전술 핵무기는 주로 북한과 이란을 겨냥해 개발돼왔다는 점에서 케리의 지적은 두 나라와의 관계개선에도 큰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한은 소형 핵무기의 개발이 선제 공격용이라며 유난히 전전긍긍하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북한으로서는 케리의 당선을 학수고대할 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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