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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훈外] 이 학생들 정신이 있어 없어?

등록 2004-08-20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에 ‘당돌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온 건 지난 8월10일이었다. “대원외고에 다니는 고3 학생들입니다. 학과 공부에만 파묻혀서는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시사토론동아리인 ‘진보포럼’을 만들었는데, ‘진보’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좌익세력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오해도 풀고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에 소개됐으면 해요.”
홍보 메일을 수없이 접해봤지만, 이 메일은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데가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당장 만나본 주인공들은 메일보다 더 ‘끌리는’ 학생들이었다. 주인공들은 고3 수험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그들의 관심사는 ‘수학공식’과 ‘영문법’을 뛰어넘어 ‘빈부격차’와 ‘세계화’까지 나가 있었다. 잠깐 엿들은 그들의 대화에서 상당한 수준의 인문학적 교양이 배어나왔다.

진보포럼은 지난해 8월 임정훈, 배정훈, 김준희, 최종연, 이재윤, 김민후, 김록희(사진 왼쪽부터) 등 일곱 학생의 온라인 토론모임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시사 문제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는 소박한 형태였다. 그러나 차츰 정기적인 ‘온라인 토론모임’으로 발전해 지금은 회원 수만 70명에 이른다.

이들의 토론 실력은 기성 ‘논객’들 못지않다. 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u>www.freechal.com/dpforum</u>)에 들어가면 ‘박정희 개발독재’에서부터 ‘호주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쟁을 볼 수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와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논쟁, 미국 대선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남보다 더 논리적인 주장을 펴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국내는 물론 외국기관의 자료까지 섭렵한다. “교과서가 던져주는 지식은 한계가 있잖아요. 친구들과 토론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토론에 관심 있는 분들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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