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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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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부대의 인터넷 연착륙

등록 2000-07-27 00:00 수정 2020-05-03 04:21

사이버 부업에 도전하는 주부들 급증… 사이버모니터·사이버딜러 등 유망직종으로


인터넷에 ‘주부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 다섯 가구당 1대꼴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갖고 있는데다가 최근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망)과 케이블TV망 등 가정에 인터넷 전용선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주부들의 인터넷 이용환경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인터넷에는 주부닷컴(www.zubu.com), 아줌마닷컴(www.azoomma.com), 넷시클럽(www.netssyclub.co.kr) 등 주부들만을 상대로 한 사이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예 ‘넷시’(Netssy)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넷시란 인터넷(Internet)과 미시(Missy)의 합성어이다. 인터넷을 알고 편하게 이용해 의·식·주, 교육, 쇼핑, 여가생활을 즐기는 인터넷시대 신주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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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넷시들은 가정살림과 관련된 정보검색이나 사이버 쇼핑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상에서 경제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부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업은 ‘주부 모니터’로 나타났다.

자기개발하며 경제적 이익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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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을 위한 디지털 공간인 우먼라인(대표 이정순·www.womenline.com)이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주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넷시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앞으로 전망이 밝은 부업으로 모니터활동을 꼽았다. 그 이유는 자기계발을 위해(42.9%) 경제적인 이유(38.1%) 재택근무가 가능해서(17.6%) 시간이 남아서(1.4%) 순이었다. 원하는 분야는 백화점 모니터(25.2%)가 가장 많았고 △웹사이트 모니터(16.2%) △화장품 모니터(12.1%) △식품제과업 모니터(9.7%) 등 주로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평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넷시들은 인터넷에서 주로 어떤 부업을 할까. 가장 많은 게 ‘사이버 모니터’이다. 사이버 모니터는 활동무대가 단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 백화점이나 방송사 모니터와 똑같다. 인터넷사이트나 사이버 쇼핑몰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평가하고 좋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최근 인터넷업체들은 사이트 운영이나 쇼핑몰 평가에 네티즌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사이버 모니터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이버 모니터 요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있는 사이트로는 네띠앙(www.netian.com), 네이버(www.naver.com) 등이 있다.

국내 한 사이버 쇼핑몰에서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희(32·서울 영등포구 목동)씨. 김씨는 단지 부수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묻혀버린 자기자신을 찾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틀에 한 시간 정도 사이트를 방문해 각종 서비스를 살피며 일주일에 한번씩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활동은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다가 집에서 하는 일이어서 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죠. 또 육아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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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터넷을 항상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컴퓨터 사용에 대한 기초지식과 인터넷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되고, 쇼핑몰의 경우 상품을 직접 산 경험이 있다면 충분하다”면서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많이 보급돼 공짜로 교육을 해주는 문화센터나 학원을 찾아 한달만 배우면 충분히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사이버 모니터는 보수가 낮은 게 단점이다. 한달 평균 40만원가량 받는 백화점 모니터와 달리 대부분 10만∼20만원 안팎의 활동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사이버 모니터 제도를 적극 이용하는 인터넷업체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여 보수도 높아질 전망이다.

제대로 돈 벌고 싶다면 인터넷 마케터를

인터넷으로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사이버 딜러’가 있다. 사이버 딜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전세계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사이버 쇼핑몰에 진열된 상품을 판다. ‘인터넷 마케터’ 또는 ‘웹 마케터’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일반 영업사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 대신에, 활동공간이 인터넷이나 PC통신이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자우편, PC통신, 전화, 팩스 등 모든 통신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사이버 딜러에게는 판매마진의 일부가 떨어진다. 가령 펜티엄Ⅲ 컴퓨터의 판매마진 60%를 갖는다고 치자. 펜티엄Ⅲ 컴퓨터 한대의 판매마진이 50만원이라면 10만원을 챙긴다. 10대만 팔아도 200만원의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자본 무점포 창업도 가능하다.

이들이 팔 수 있는 물건은 무척 다양하다. 자동차, 전자제품, 비행기표부터 시작해 부동산, 생활용품 등 사이버 쇼핑으로 살 수 있는 건 모두 판다. 사이버 딜러로 활동을 하려면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사이버 딜러 모집’이라고 치면, 구인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활동주부가 가장 많은 분야는 자동차 사이버 딜러.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영업소와 손잡고 구매자를 연결해주면 차 한대당 10만∼20만원 정도 수익을 얻는다. 바빠서 자동차 영업소를 찾아다니며 차 고를 여유가 없는 사람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차값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좋아할뿐더러 영업소쪽도 차를 팔 수 있어 우호적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공간에 교육과정도 생겼다. 이빛커뮤니티(대표 안규호·ebitcom.net)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e비즈니스 마케터 과정’을 개설했다. 사흘간 총 24시간 동안 인터넷비즈니스 마케팅개론, 인터넷마케팅 전략, 인터넷광고와 이메일마케팅, 인터넷마케팅 사례연구 등을 강의한다. 수강료는 한 사람당 40만원(강의자료와 중식 제공)이다. 근로자 직업훈련촉진법에 따라 수강료 일부(11만4200원)를 환불받을 수도 있다.

직접 홈페이지 직접 운영하면 재미 쏠쏠

직접 인터넷사이트나 사이버 쇼핑몰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인터넷 열풍이 주부들에게까지 번지면서 바늘(www.banul.co.kr), 주부정보(www.jubuinfo.com) 등 주부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가 조금씩 늘고 있다. 대부분 패션·뷰티·건강·육아·요리·사랑·부업 등 주부들의 관심사를 다루고 있다.

3살, 1살된 남매를 둔 결혼 5년차 주부 강민희(31·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지난 4월 초 주부정보 사이트 문을 열었다. 주부정보는 자녀교육을 비롯해 주부건강 문화생활 부업·취업 모임 등을 소개한다. 자녀교육 사이트 45개 등 생활정보 사이트도 100여개 정리되어 있다.

강씨는 “학원갈 시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부담스러워 남편 도움을 받으면서 인터넷을 깨우쳤다”며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작업이 가능해 주로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으로 부업을 하려면 좀더 깊이있는 인터넷 지식이 필요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지식과 함께 홈페이지 제작능력, 사이트 운영능력도 갖춰야 한다.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나모웹에디터’와 ‘드림위버’ 등이 있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배우거나 무료 컴퓨터 교육강좌를 이용하면 된다. 배너광고나 회원들에게 받는 회비가 주수입원이다. 사이트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수록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아울러 사이버 쇼핑몰을 운영하면 판매마진을 챙겨 큰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김귀숙/ 하니리포트 기자atena2@hi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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