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별 정정 신청 결정문은 강영호(56·사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직접 썼다. 그는 서울행정법원에서 근무하던 2001년부터 5년 가까이 환경단체·새만금 지역 주민과 정부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이른바 ‘새만금 소송’을 맡기도 했다. 12월17일 만난 그는 이번 결정문을 쓰는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성전환자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사실 서울서부지법에 와서 처음 접한 문제다. 성별 정정 결정을 내리면서 여러 명의 FTM(Female to Male) 성전환자를 만났다. 대부분 고교 졸업 뒤 돈을 벌어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성별 문제 탓에 대부분 주민등록등본을 안 내는 일을 찾는다. 일용직·택배·아르바이트 등으로 어렵게 산다.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심지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기 힘들어 투표장에도 안 간다. 너무 안타까웠다. ‘성별을 바꾸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치과에 가겠다’고 하더라. 이건 심각한 기본권 침해다. 이처럼 성별 정정 요건을 다 갖췄지만 유일하게 외부 성기 형성을 안 한 이들을 인권 사각지대에서 구제하고 싶었다.
-결정문을 내놓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3월에 첫 결정문을 내놓았을 때는 따로 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결정을 보고 외관상 여성이 남성으로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가 원한 건 그런 사회적 혼란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정문에 정확한 이유와 내용을 담아 바로잡으려고 연구회를 통해 11월에 결정문을 냈다.
-‘성소수자 인권법 연구회’에서는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나.=세계 각국의 판례를 찾아봤다. 벨기에·독일 등의 사례도 자세히 봤다. 이 과정에서 헌법 공부를 다시 많이 하게 됐다. 과연 민주사회에서 관용이란 무엇인지 고민했다. 결정문에 관용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결국 헌법적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챙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결정문은 그저 대법원 예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 해석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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