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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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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사외이사 다시 늘었다

67개 기업집단 조사에서 계열사 출신·학연 등 이해관계자 비율 32.2%로 반등…

재계 출신 비중이 학계 추월
등록 2011-02-24 15:02 수정 2020-05-03 04:26

<font color="#008ABD">#1.</font>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사외이사는 2월18일 현재 총 5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경력은 다르지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김종기 이사는 현재현 회장과 동기 동창이며, 조윤제·정건영 이사는 2~3년 후배다. 지난해 5월 새로 선임된 조동성 이사 역시 현 회장과 동기 동창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이사회는 현 회장을 비롯한 회사 임원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font color="#008ABD">#2.</font> 두산건설의 등기이사는 총 13명이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과 이재경 (주)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 6명의 등기이사와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에는 김앤장 출신이거나 현재도 몸을 담고 있는 이가 3명(이종백·최정수·백창훈)이다. 김앤장은 2005~2006년 진행된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에서 박용성·박용만 회장의 변호를 맡은 바 있고, 이후 두산그룹의 인수·합병에 줄곧 자문을 맡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사외이사 2명(김규복·신명균)은 박용만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며, 1명(최경수)은 이재경 부회장과 경북고 동문다.

계열사 출신 사외이사 16.9%

경제개혁연대는 2월18일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분석’이라는 리포트를 내어 “67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278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854명을 분석한 결과 회사·지배주주·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275명으로 3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2006년 이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분석해왔는데,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비율은 2006년 37.5%에서 2007년 35.4%, 2008년 32.1%, 2009년 29% 등으로 낮아지다가 이번 조사에서 다시 반등했다. 조사 대상이 된 67개 기업집단은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53개 기업집단과 2009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오르면서 제외된 31개 기업집단이다.

경영진의 전횡을 막으려고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①두산·②삼성·③한화·④LS·⑤동양그룹 사옥. ①한겨레 김경호②한겨레 김봉규③한겨레 이종근④한겨레21 김정효⑤한겨레 자료

경영진의 전횡을 막으려고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①두산·②삼성·③한화·④LS·⑤동양그룹 사옥. ①한겨레 김경호②한겨레 김봉규③한겨레 이종근④한겨레21 김정효⑤한겨레 자료

경제개혁연대의 리포트를 보면 이해관계는 계열사 출신 등 직접 이해관계와 학연으로 대표되는 간접 이해관계로 나뉜다. 직접 이해관계에 얽힌 사외이사 수는 144명(16.9%)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계열사 임직원 출신이 75명(8.8%)으로 가장 많았고, 소송대리 또는 법률자문을 맡은 로펌 소속이 24명(2.8%)으로 뒤를 이었다. 또 정부 또는 채권단 출신 21명(2.5%), 전략적 제휴사 또는 거래처 출신 14명(1.6%) 등으로 나타났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많은 기업집단으로는 한화그룹(11명)이 꼽혔고, 두산그룹(9명), LS그룹(8명), 삼성그룹·쌍용양회·한국광해관리공단(각 7명), SK그룹·한국전력공사(각 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배주주나 경연진과 학연이 있는 사외이사는 총 131명으로 15.3%에 달했다. 이들은 고교 동문이나 같은 대학의 학과에 1년 전후로 입학해 관계를 맺은 경우다. 이런 사외이사가 가장 많이 포진한 기업집단은 두산그룹으로 11명이었고, 동양그룹(10명), 한진그룹(7명), 효성·영풍그룹(각 6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집단 가운데 이처럼 이해관계로 엮인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두산그룹으로 총 20명이었다. 두산그룹은 경제개혁연대가 사외이사 독립성을 분석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삼성·한화·LS그룹이 각 12명, 동양·한진·SK그룹이 각 10명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이해관계자 100%

구체적으로 두산그룹은 상장사 6개 기업의 사외이사 33명 가운데 20명이 이해관계가 있었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는 9명이었고, 나머지 11명은 지배주주나 경영진과의 학연으로 이어졌다. 두산건설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두산중공업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이해관계가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 이종열 회계사 등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는데, 이들은 모두 두산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종열 회계사는 ‘형제의 난’ 당시 변호를 맡은 김앤장에 재직 중이며, 김상열 이사는 박용성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상근부회장을 맡았다. 윤건영 이사도 이재경 (주)두산 부회장과 경북고 동문이다. 기존 사외이사 가운데 김회선 사외이사는 김앤장 출신이며, 한정화 사외이사도 박용만 (주)두산 회장의 서울대 경영학과 1년 선배다. 이 밖에 두산인프라코어는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삼화왕관은 2명의 사외이사 모두 이해관계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지배주주나 경영진과 학연이 닿거나 우호적 지분관계를 갖는 제휴사 출신이었다.

한화그룹 역시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주)한화는 사외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이해관계자로 분류된다. 오재덕·김수기 이사는 계열사 임원을 지냈고, 최동진 이사는 (주)한화에서 화약을 구입하는 주요 거래처인 국방부에서 일했다. 대한생명 역시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김용구·박주은·박원배 이사 등 3명이 (주)한화나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2003년 LG그룹과 분리한 LS그룹도 옛 LG 출신 사외이사가 많다. (주)LS의 사외이사 3명 모두 이해관계가 있었는데, 노용악·윤명림 이사는 LG전자에서 일했고, 정진규 이사는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경기고 동기 동창이었다. 또 계열사인 E1의 사외이사 3명 가운데 2명(천진환·이행일)이 LG 출신이었다.

기업집단별로 이해관계 사외이사의 비중을 따지면 현대건설이 100%로 으뜸이었다. 이어 한국타이어그룹(83.3%), 한라·KCC그룹(75%), 하이트맥주그룹·쌍용양회·한국광해관리공단(70%), 교보생명보험·대우자동차판매·LS·영풍그룹(6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관리기업인 현대건설은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채권단 출신(이종찬·박영호·권혁관·김장수)으로 이해관계에 엮여 있었다. 즉 경영권을 채권단이 갖고 있는데도, 이들을 감시하려고 두는 사외이사까지 자신들 가운데 뽑은 것이다. 또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우 모기업 격인 한국타이어는 4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계열사인 아트라스비엑스는 사외이사 2명 가운데 1명이 이해관계자였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사외이사 이용성·황원오·민해영씨는 조양래 회장의 경기고 동창이었다. 또 장선곤 이사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제조의 대표를 거쳤다. 이어 한라그룹은 한라건설의 사외이사 2명 모두가, 만도는 2명 가운데 1명이 계열사 출신이거나 학연 등으로 이어진 이해관계가 있었다.

67개 기업집단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현황

67개 기업집단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현황

삼성, 법조·관료 출신 가장 많아

KCC그룹의 경우 모기업인 KCC는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대주주인 정몽진 회장과 용산고 동문(권오승·공석환)이거나 계열사 출신(정종준·송태남)이었다. 또 계열사인 KCC건설의 경우 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조희영 이사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동국대 후배로, 정 명예회장이 총동창회 고문을 맡고 조 이사는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여기에 안성진 이사는 사외이사 선임 직전까지 KCC건설 고문을 맡았다.

하이트맥주그룹은 계열사인 진로의 사외이사 2명 가운데 유지흥 이사가 박문덕 회장의 배재고 3년 후배이며, 하이트홀딩스는 3명의 이사 가운데 김영기 이사가 계열사 출신이다. 또 하이트맥주는 사외이사 5명 모두 이해관계자로, 하이트맥주에서 임원을 역임(신중기·양동훈·김영기)했거나 지배주주와 학연(유지흥)이 있거나 현 대표이사와 학연(정준명)으로 얽혀 있었다.

개별 기업으로는 이해관계 사외이사 비중이 100%인 곳이 삼양엔텍(1명), 신세계아이앤씨(1명), 쌍용정보통신(2명), 웅진에너지(1명), 코오롱(1명), 한전KPS(2명), 한화타임월드(1명), 글로비스(2명) 등 18곳에 달했다.

이 밖에 분석 대상인 854명의 사외이사를 출신별로 분류해보면 재계 출신이 254명(29.7%)으로 가장 많았고, 학계(28.6%), 관료(21%), 법조계(12.9%) 등의 순이었다. 이는 2009년 학계 출신이 30.8%로 가장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데, 그만큼 계열사 출신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출신은 삼성그룹(13명), 두산그룹(12명), SK·현대차그룹(각 6명) 등에 많았다. 모두 지배주주 일가가 재산상속이나 비자금 등 비리문제로 소송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관료 출신은 삼성그룹(16명), CJ그룹(13명), 동부그룹(12명), 두산·한화·SK그룹(각 8명)에 많았고, 재계 출신은 SK그룹(15명), 금호그룹(12명), LS·GS·LG그룹(각 11명) 등에 많이 포진했다.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회사의 임직원이 퇴직 뒤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한 기간을 2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확대하고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그 계열사와 중요 거래관계가 있는 회사 출신도 사외이사 자격을 제한하고 △해당 기업이나 그룹이 출연한 비영리법인의 임직원 역시 사외이사 자격에 제한을 두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 동의 투표를 일괄적으로 하지 않고 사외이사 개인별로 하는 분리선출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자격 제한 강화해야

한편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정부·여당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 사외이사로 간 경우도 많은데, 이 또한 사외이사 제도 취지가 흐려지는 이유의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해 경제개혁연대는 주요 상장회사 89개사의 2009년 선임 사외이사 147명 가운데 15명(10.2%)이 이명박 정부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초기 여성부 장관 후보로 내정됐다 낙마한 이춘호씨는 KT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정보기술(IT)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을 의심받는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연구원은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감시와 함께 전문지식을 제공해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관련된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을수록 사외이사 제도를 로비 창구 등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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