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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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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서스펜스! 8·31의 역주행

등록 2006-07-13 00:00 수정 2020-05-03 04:24

‘8·31 부동산 대책’ 시행 하루 전에 발표된 세제 완화 방침… 또다른 정책의 후퇴가 물밀듯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북한의 미사일 발사처럼 정교하게 택일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정부·여당이 부동산 세제 완화 방침을 발표한 6월30일은 참으로 공교로운 날로 여겨진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대책’(2005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하루 앞이라는 점에서다. 국회 통과라는 어려운 관문을 넘어선 대책을 한 번 실시해보기도 전에 스스로 뒤집는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서비스업 보유세나 투기지역도 건드리나

정부·여당의 이번 세제 완화 방침은 열린우리당 쪽의 요구를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마련됐다.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선거 패배의 요인을 과중한 부동산세에서 찾고, 민심을 잡기 위해선 세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방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8·31 대책이라고 해서 고정불변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민심의 향방을 제대로 판단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에 내놓은 세제 완화 방침은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 보유세(재산세)를 인하해준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와 3억~6억원 주택에 대해 각각 재산세 상승률을 5%, 10%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방침을 내놓으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통상학부)는 이에 대해 “기준 설정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대체로 3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서민, 3억~6억원은 중산층으로 여겨 마련한 개념 같은데 공시지가 3억원이면 시가로는 4억원을 웃돈다. 통계를 보면, 6억원 이하 주택이 전체의 98.4%다. 3억원 이상의 집을 소유한 이들도 거의 없다.” 실제 3억~6억원 주택은 5%, 6억원 이상은 1.6%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여당 눈에는 상위 6~7%에 포함되는 최상위권 주택 소유자들까지 서민 중산층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위원장 김근태·오해진) 간사를 맡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가파른 ‘경사’(갑작스러운 세부담 증가)를 낮출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실제 시행되는 것을 봐가면서 해야 되는데, 제대로 시뮬레이션(효과 분석)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세수 체계에서 조정할 여지가 있으면 조정하되 원가공개제 같은 걸 과감하게 도입해서 설득하는, 그런 절차를 밟았으면 좋았는데 띄엄띄엄 나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용 이상으로 비판받는 대목은 타이밍(방침을 발표한 시기) 문제다. 8·31 대책의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뤄진 정책 변화여서 도미노처럼 다른 후퇴 조처들이 나올 것이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번 밀리면 논란이 벌어지고, 더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세제 완화를 요구하는 세력은 결국 6억원 이상에 대해서도 세금을 줄이는 목표를 갖고 있는 듯하다.”(전강수 교수) 전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진 여당이 곤경을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을 부동산 정책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선거에서 진 게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입증된 게 없다. 지지율을 까먹은 다른 실책들이 있는데 왜 부동산 세제를 꼬집어내는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는 선진국형으로 가는 아주 중요한 개혁인데, 이걸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6·30 후퇴’가 또 다른 정책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정부·여당에서 이미 그런 빌미를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 7월6일 열린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당정협의에서는 여당 쪽의 부동산정책 수정 요구가 쏟아졌다. 여당은 이 자리에서 “현재 읍·면·동 지역에 위치한 제조업 사업용 토지의 재산세 부과 때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것을 서비스업까지 확대해 서비스업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를 깎아주기로 한 데 이어 또다시 보유세에 손을 대자는 것이다.

불로소득 차단의 깃발은 내려져야

주택 거래세 인하도 당초 정부는 지방 세수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세수 추이를 보며 대상과 세율 인하폭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여당은 이미 세율 인하폭, 대상, 법안 통과 시기까지 못박아놓은 상태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신규분양 주택의 거래세 인하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며 “취득세, 등록세의 세율이 4%인 신규분양 주택의 거래세를 기존 주택 거래와 같은 수준인 2.5%로 대폭 낮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투기지역 지정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투기지역 지정을 시·군·구 단위로 하다 보니 동일 시·군·구 내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곳까지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투기지역 지정을 좀더 세분화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종합부동산산세와 양도소득세, 재건축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불로소득을 차단해 집값 안정의 장기적 토대를 만든다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의 깃발은 이제 내려져야 할 듯싶다. 부동산 정책에선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신뢰를 쌓는 게 관건이라는 말도 주워담아야 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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