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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발과 건강의 만남 ‘매직스파’ 족욕기

등록 2005-08-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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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갑게 발은 덥게 하라.” 동의보감에 나오는 두한족열이 가장 먼저 선풍적 바람을 일으킨 건 반신욕이었다. 몸의 절반만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반신욕은 2003년 가을부터 새로운 웰빙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 뒤 반신욕에 이어 두한족열 바람을 타고 히트상품 반열에 오른 상품이 족욕기(족탕기)다. (주)아세위메딕스(대표 우현철)가 내놓은 족욕·좌욕 겸용 ‘매직스파’는 올 상반기 홈쇼핑 히트상품 10위 안에 드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이후 홈쇼핑에서 단 1분 매출 800만~900만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만 약 7만대가 팔려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현철(44) 사장이 매직스파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건 2002년 10월. 그러나 족욕기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족욕이란 개념 자체가 낯선 때였다. “제품을 처음 내놓은 뒤 거의 팔리지 않았다. 1200대를 만들었는데 애프터서비스로 다시 들어온 게 4천∼5천대였다. 제품 하나마다 두세번씩 애프터서비스가 들어온 셈이다. 고생 참 많이 했다. 가산을 탕진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의 수리 요구가 거의 없다.”

우 사장이 족욕기 개발에 나선 건 당뇨 환자들 때문이었다. 그는 원래 의료기 판매점을 운영했는데, 가게를 찾아온 당뇨 환자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불현듯 “족욕을 해보면 당뇨 치료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의사로부터도 족욕이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당뇨병도 대개 발끝에서부터 신경이 굳어지고 감각이 무뎌진다. “당뇨 환자들로부터 발끝과 손끝 등 말초 혈관 순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듣고 족욕을 권해보니 다들 해보고 나서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내 손으로 족욕기를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초기에는 뜨겁게 끊인 물을 그냥 통에 받아 썼는데, 나중에 찬물을 붓고 전기히터로 물을 데워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문제는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기술이었다. 족탕의 적정한 온도는 42~45도인데, 매직스파는 이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준다. 매직스파는 식약청 의료용구 제조품목에서 물을 이용한 치료, 즉 수요(水療)법 장치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중국산 제품들은 발마사지기로 허가받아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족욕 열풍이 불기 시작한 뒤 시장에 수많은 족탕기 상품이 난립하고 있는데, 족탕·좌욕 겸용 제품은 매직스파뿐이다. 좌욕까지 할수 있어 치질·변비 같은 항문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실 반신욕이나 족욕은 “모든 병의 근원은 ‘냉’에 있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것이다. 발을 따뜻한 물에 살짝 담그기만 해도 밑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로 온몸이 따뜻해지고 혈액 순환이 좋아져 피로를 쫓고 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온열요법’이다. 그러나 반신욕은 닫힌 욕실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데다 욕조가 없는 가정도 있고, 욕조가 있어도 많은 물을 채워야 했다. 이에 따라 “반신욕의 대안이 족욕”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족욕기가 빅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매직스파 족욕기는 발 복사뼈 부근까지 15cm 정도 물에 잠기는데, 올 가을에는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 매직스파 각탕기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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