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uP! | (주)케이웨더]
맞춤형 기상 정보 서비스로 수익 내는 (주)케이웨더…포인트 예보·장기 예보 등 다양한 콘텐츠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죠. 하하.” 김동식(36) 케이웨더(주) 사장은 사업에 뛰어들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며 웃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과정을 마친 김 사장은 미국 경영 컨설팅회사인 아서 디 리틀(ADL)에 입사해 경영 컨설턴트(자문역)로 나섰다. 한양대(기계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경력과 MIT의 후광에 비춰 모교에서 안정된 교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던 터여서 주위에선 그의 선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외국 업체 제치고 시장 점유
이듬해 7월 김 사장은 기상정보 업체인 (주)케이웨더를 설립해 ‘날씨 장사꾼’으로 나섬으로써 주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날씨 정보는 공짜로 제공되는 것으로 여겨져 사업으로 연결시키기는 무리라는 인식이 팽배한 때였음을 감안할 때 당연한 반응이었다.
“애초부터 교수직에는 별로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연구보다는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었거든요.”
일찍 사업에 뜻을 뒀던 김 사장이 하필 날씨 장사꾼으로 나선 것은 ADL 컨설턴트 시절 기상협회에 대한 컨설팅 과제를 맡으면서부터였다. 날씨 정보가 기업 경영에서 점점 더 큰 변수로 떠올라 좋은 콘텐츠(기상 정보·자료)를 확보해놓으면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된 게 그 즈음이었다. 부친인 김찬영씨가 당시 기상협회장을 맡고 있었던 것도 새로운 분야로 나서게 된 한 실마리로 작용했다.
당시는 때마침 정부(기상청)가 개별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특정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기상예보를 판매할 수 있도록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도입될 참이었다. 기상청은 기상업무의 기본이 되는 관측과 국가간 자료 교환 및 공공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전담하고, 민간 예보사업자는 특정인, 특정 기업의 필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좀더 상세하고 특화된 맞춤 기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익과 효율의 민관 역할 분담을 꾀하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였다.
날씨 정보 제공업이란 게 이런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춘 참신한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날씨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의 벽을 깨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날씨 정보를 가치 있는 콘텐츠로 인정하지를 않는다는 거죠. 한번은 어느 단체에서 주관한 별자리 행사 장소의 기상 관측을 통해 날짜를 잡아주고, 상세한 정보를 줬는데, 비용을 지불할 생각을 않더군요. 결국 못 받고 말았지요, 뭐. (웃음) 사업 시작하고서 한 3년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다행히 이젠 생각들이 많이 바뀌어 공짜 인식은 사라지고, 기업의 경영 리스크(위험)에서 중대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회사 설립 초기 10명 안팎이던 케이웨더의 임직원이 지금은 70명으로, 매출은 10배인 50억원까지 늘 정도로 성장세를 탔다. 정액으로 들어오는 정보이용료만 월 2억원에 이르고, 순이익 규모가 5억원이어서 바닥을 비교적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상정보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70~80%로 독보적이다. 민간예보 사업이 시작된 초기 일본계인 웨더뉴스를 비롯한 외국계 업체들이 앞서나가던 시장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케이웨더가 외국계 회사나 국내 다른 회사들에 견줘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것은 처음부터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잡았던 데서 비롯된 바 크다고 김 사장은 설명한다.
경영 위험 줄이는 데 날씨가 필수적
“외국계 회사는 날씨 정보, 장비 판매 등 분야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데 비해 우리는 고객 업체의 요구에 맞춰 종합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기상 예보나 장비라는 게 내용 면에서 아무리 뛰어나도 해당 업체가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도록 맞춰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요. 서비스를 받는 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던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케이웨더의 고객은 건설, 유통, 에너지, 제조, 레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4천여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SK(주), LG칼텍스정유, 에버랜드, 현대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맞춤형 기상 정보가 이들 고객 회사에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종의 예를 들어보자. 건설현장에서는 보통 2, 3일뒤에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있으면 콘크리트 타설(콘크리트를 모래 자갈과 함께 개어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밤샘 작업으로 끝내놓는다. 이렇게 때맞춰 일을 마무리지어놓지 않으면 인건비, 재료비 등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확한 날씨 정보는 경영 위험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런 날씨 정보를 기상청을 통해서는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 이문동에서 공사를 할 경우 서울 지역의 광역적인 날씨 정보만 주는 기상청 예보만 믿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견줘 케이웨더의 날씨 정보는 ‘포인트 예보’를 통해 시·군·구 단위의 세부 지역 정보를 1시간 또는 3시간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때 제공되는 기상 정보는 강수 유무는 물론 풍향, 풍속, 기온, 하늘 상태 등이 다양하게 포함된다. 케이웨더 고객은 이런 정보를 전용회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공급받아 영업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스키장도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용평, 대명, 현대성우 등 스키장 대부분이 케이웨더 고객인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스키장 한곳에서 하루 동안 제설기를 돌리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천만원 안팎이다. 이렇게 비싼 제설기를 가동해 기껏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았는데, 이튿날 폭설이 내리면 1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거꾸로 날씨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만큼의 돈을 절약하게 됨은 물론이다.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정보 이용료를 기꺼이 지불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케이웨더가 세부 지역의 기상 정보를 비교적 정확히 맞히는 것은 기상청의 기상통신 시스템은 물론, 해외 민간 기상 사업자로부터도 기초 자료를 받을 뿐 아니라 전문 예보관, 기상 컨설턴트 등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쪽은 설명한다.
기상 분야에 국가적 관심 필요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포인트 예보제에 따른 국지적 기상 정보에 머물지 않는다. 30일 일별 예보, 장기 예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30일 일별 예보는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7일간의 주간예보에서 얻을 수 없는 30일 동안의 상세한 일별 기상예보로 마치 달력을 보듯이 그달의 일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예보 서비스다. 공연이나 야외 행사 같은 일정을 결정하거나 건설현장과 농업 분야에서 유용하며, 각 산업 분야의 마케팅 전략자료로도 쓰인다. 장기 예보는 패션, 전자, 레저, 유통 등 계절별 기상 조건에 따른 정확한 수요 예측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산업 분야에 상세하고 장기적인 예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서비스로, 앞으로 3~6개월 동안의 예보를 1주 단위로 나눠 기상 전망과 함께 기상 컨설턴트의 종합적인 분석이 제공된다.
김 사장은 “날씨 산업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커질 분야”라며 “초기부터 콘텐츠의 유료화를 고집해 터전을 닦았기 때문에 후발 업체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는 기상 장비에서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투자 대비 성과가 큰 분야인 만큼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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