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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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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하면 안 되는 보험계약

등록 2004-06-17 00:00 수정 2020-05-03 04:23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살림이 어려워지자 보험을 해약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효력상실 해약률은 지난해 11월 11.6%에서 12월 2.8%로 올 1월에는 13.9%로 늘었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거나, 보험이라도 해약해서 현금을 챙기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험은 저축과 달리 중도에 해약하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유치하는 데 든 비용을 이미 다 지급해버렸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고가 없어 보험금을 타지 못했더라도 보험 보장이 이뤄졌기 때문에 보험계약자가 해약환급금으로 받는 돈은 원금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보험 해약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가정의 최후 보루로서 최소한의 보장은 남겨둬야 한다”며 해약하면 안 되는 보험계약의 5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확정이자형 고금리 상품은 해약하면 큰 손해를 본다. 보험료는 이자율이 높을수록 싸진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든 보험과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 든 보험을 비교하면 고금리 시대에 든 보험이 가입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1982년 이전 보험계약의 예정이율은 대개 12%대였다. 또 87년까지는 대체로 8%, 99년까지는 5.5%였다. 2001년 이후 등장한 보험은 예정이율이 5.5% 이하이고, 요즘 장기성 보험상품은 대부분 금리연동형이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확정이율로 가입한 보험은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보험기간 내내 같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그런 보험을 해약해버리면 좋은 조건으로 다시 보험에 가입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필수생계형 보험도 해약에 신중해야 한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암, 상해보험 등 저렴한 보험료로 고액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해약했다가 암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면 가정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암보험은 가입 뒤 90일이 경과해야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해약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아져 보험에 다시 가입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가능한 한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생명보험은 나이가 젊을수록 보험료가 싸고,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가입 당시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면 보험을 해약할 경우 재가입 때 매우 불리해진다. 보험소비자연맹은 특히 가입 당시에는 건강했지만, 가입 뒤 고혈압·당뇨 같은 성인병에 걸리거나 건강이 나빠진 경우 보험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충고한다. 이 밖에도 가입시에는 사무직 등 위험하지 않은 직종에 종사했는데, 가입 뒤 영업적으로 운전을 하거나 생산직에 근무하는 등 위험직으로 직업이나 업무가 바뀐 경우에도 종전에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 가입하면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위험직에 종사할 경우 아예 가입을 거절하는 보험회사가 많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절박한 경우에도 ‘감액완납제도’나 ‘자동대출납입제도’를 활용하고,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이 실효됐더라도 ‘실효 뒤 2년 내 부활’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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