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과학문화도시, 지역의 사회문화적 혁신 도모…교육 컨텐츠·전문 강사 부족 등 한계 드러내 </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전남 순천시의 ‘과학문화도시’ 선포식이 열린 지난 11월17일 조곡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생활과학교실 개소식이 있었다. 이날 조곡동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책상에 둘러앉아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필름통과 색종이, 가위, 베이킹파우더 등을 이용해 ‘필름통 로켓’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로켓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로켓을 발사하는 과정에 공기압 같은 화학적 원리가 적용되는 실험이었다. 그런 내용을 개소식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이 알 리 없었다. 한쪽에 있는 설명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도 드물었다. 아직은 설익은 과학문화도시의 현주소다.
생활과학교실 ‘이름값’ 하나
과학적 마인드로 지역의 사회문화적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려는 과학문화도시는 독일학술재단연합이 지방 소도시를 대상으로 삼아 추진한 ‘과학의 도시’ 프로그램을 모델로 삼았다. 지난 10월27일 경북 포항시가 과학문화도시 1호로 출발한 뒤 올해 연말까지 전국 20개 도시가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이언스코리아 운동을 이끄는 최영환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과학문화도시에서는 과학의 생활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다양한 과학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앞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과학문화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문화도시가 과학 인프라 구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선정도시의 자치단체장들은 한결같이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지식 수준을 높여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끌겠다”고 말하지만 실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주민자치센터에 생활과학교실만 해도 지금까지 전국에서 48개 교실이 개소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과학문화 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920여개에 이르는 초·중·고 청소년과학탐구반도 ‘이름값’을 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 동아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문화도시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생활과학교실이 과학문화 확산의 풀뿌리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강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과학기술부와 과학문화재단은 지난 11월26일과 27일 이틀간 생활과학교실 강사 워크숍을 열었다. 생활과학교실 운영을 위해 지역의 전문강사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사례와 교수 방법 등을 소개하고 시연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유럽과학축제연맹 회원국에서처럼 명실상부한 ‘과학 전도사’ 구실을 할지는 의문이다.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튼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강사진의 자리는 지역의 대학에서 채울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별로 설립한 ‘과학상점’이나 ‘지역과학기술개발센터’ 등을 활용해 생활과학교실과 청소년과학탐구반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립된 지역사회 연계 대학 기관은 향후 프로그램에 대한 ‘그림표’만 있을 뿐이다. 정부 지원 예산에 힘입어 기관을 꾸려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기는 힘들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학생들이 참여하는 게 관건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려면 대학별로 학점을 인정해주는 식으로 제도적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주민 참여형 연구 프로그램 절실
과학문화도시 선포만으로 시민의 과학 마인드가 형성될 리는 만무하다. 지역 주민이 과학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려면 ‘일회성 과학문화 이벤트’보다는 ‘주민 참여형 연구 프로그램’이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예컨대 순천만 갯벌에 설치한 특수 카메라로 생태계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중·장기 모니터링반에서 조사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 연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대전 시민과학참여센터 참터지기 신명호씨는 “전국에 과학문화도시가 들어서고 있는데 과학은 없고 문화만 있는 것 같다. 과학문화도시에서는 학교 교실의 과학실험이라도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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